서로 “내가 대표로 설명”
22일(현지시각) 리비아 상황과 관련해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유엔 주재 리비아 대사와 부대사가 서로 자국을 대표해 설명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부대사인 이브라힘 다바시는 최근 유엔의 개입을 주장하며 반카다피 노선을 천명한 인물. 반면 며칠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압둘라흐만 무함마드 샬감 대사가 나타나며 몇시간 동안 혼선을 빚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결국 이날 설명은 샬감 대사가 맡았다. 그는 리비아 검찰이 최근 시위 상황에서 벌어진 살인행위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고 설명하면서, 시위대를 향한 공중폭격은 부인했다. 또 샬감 대사는 최근 외무장관을 비롯한 정부 고위층과 토론을 해왔다고 말해 리비아 정부 내에서도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한 움직임이 있음을 시사했다. “나는 지금도 지도자에게 말하려 하고 있다. 우리가 리비아인을 공격하는 것은 멈춰야 한다고.”
어릴 적부터 카다피의 친구라는 샬감 대사는 누가 비난을 받아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체제 전체가 책임이 있다. 나도 그중 한명이다”라고 답했다. “나는 그를 비판할 순 있지만 공격할 순 없다.”
다바시 부대사는 이날 유엔 발표문의 수위에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지금 단계에서 리비아 정부를 향해 어떤 메시지라도 전하는 건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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