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130 GeV’ 구간 내 존재
이르면 내년 후반 결론 기대
이르면 내년 후반 결론 기대
물리학자들이 반세기 가까이 찾아온 미지의 입자 ‘힉스’는 마침내 새해에 정체를 드러낼 것인가?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힉스 검출 실험을 해온 입자물리학자들이 13일 “양성자 충돌 실험에서 힉스의 존재를 보여주는 흔적들이 관찰됐으며 힉스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115~130기가 전자볼트(GeV)의 에너지 구간 어딘가에 존재할 것”이라는 중간결과를 발표하자, 이르면 내년엔 힉스 입자가 발견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특히 힉스 검출 실험이 이뤄지는 거대 강입자가속기(LHC)의 두 검출장치인 아틀라스(ATLAS)와 시엠에스(CMS)에서 힉스의 흔적으로 추정되는 에너지 신호가 비슷하게 124~126기가 전자볼트의 에너지 구간에서 주로 포착돼, 앞으로 이 구간이 물리학자들 사이에서 집중 탐색의 초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인규 서울시립대 교수는 “이번에 힉스 입자가 존재할 수 있는 에너지 영역이 크게 좁혀져, 내년엔 힉스가 발견될 수 있다는 낙관의 분위기가 높다”고 전했다. 박성찬 전남대 교수는 “실험 데이터가 4~5배 더 쌓이면 통계학적 신뢰도도 높아지기 때문에 내년은 힉스의 존재 여부가 판가름나는 해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른 입자들에 질량(관성)을 부여하는 신의 입자’로 흔히 알려진 힉스 입자는 1960년대에 우주의 기본 힘 가운데 전자기력·약력·강력을 종합하는 물리학 표준모형이 완성되려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기본 입자의 하나로 제시됐으나, 지난 40여년 동안 존재가 확인되진 못했다. 박인규 교수는 “힉스의 존재가 확인되면 물리학 표준모형은 마침내 완성되며, 거꾸로 존재가 부정되면 현대 물리학의 토대는 흔들릴 수 있다”며 “힉스 발견은 새로운 물리학을 여는 ‘세기의 발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힉스 검출이 이토록 어려운 이유는 힉스가 거의 빛의 속도로 충돌한 양성자들이 쪼개지면서 생겨나 고에너지로 찰나에 존재하다가 여러 다른 입자로 붕괴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러 가속기 실험을 통해 힉스가 존재하지 않는 에너지 구간이 배제되면서, 최근 그 존재 가능 구간은 114~140기가 전자볼트로 좁혀졌고 이번에 훨씬 더 좁혀지게 된 것이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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