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방공식별구역 설정 후폭풍
“센카쿠는 미-일 안보조약”
“댜오위다오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일간 오랜 영토분쟁이
미-중 직접 힘겨루기로 치달아
아베 “중국 맞서 관계국과 연대”
한미일 협력 강화 가능성도
“센카쿠는 미-일 안보조약”
“댜오위다오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일간 오랜 영토분쟁이
미-중 직접 힘겨루기로 치달아
아베 “중국 맞서 관계국과 연대”
한미일 협력 강화 가능성도
“이 구역을 지나는 항공기는 중국 당국의 지령(명령)에 복종해야 한다.”(중국 국방부)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설정이) 미국이 이 지역에서 벌이는 군사작전에 변화를 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미국 국방부)
중국이 23일 이어도를 포함한 제주도 남해상부터 대만에 이르는 동중국해에 설정한 방공식별구역에 대해 미-중 국방부 사이에 오간 설전을 보면, 이번 사태에 대한 양국의 태도가 날것 그대로 드러난다. 중국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포함한 동중국해 상공에서 주일미군과 일본 항공자위대의 ‘군사활동’에 제약을 가하려 하자, 미국이 강력히 반발하며 이에 따르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힌 것이다. 특히 미국의 반응은 일체의 외교적 수사가 배제된 건조한 성명이었다.
미 국방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성명의 말미에 이 지역이 “미일안보조약 5조의 적용 대상”이라는 내용까지 포함시켰다. 미일안보조약 5조는 일본의 시정권 아래 있는 지역에서 어느 한쪽이 무력공격을 받으면 이를 자국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여 미-일이 공동 대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엔 일본이 센카쿠열도가 조약의 대상이 되는지 물으면 미국이 마지못해 답하는 형식이었다면, 이번엔 미국이 자청해서 명확히 밝힌 것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외교 소식통의 말을 따서 “미국이 조약 5조를 (먼저)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미·일의 이런 반발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그렇진 않았을 것이다. 중국은 2010년부터 어떤 경우에도 양보할 수 없는 국가이익을 ‘핵심적 이익’이라 표현해왔다. 문제는 대만이나 티베트 문제 등에 한정된 줄 알았던 핵심적 이익이 점점 확장돼 미국과 직접 충돌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2010년 다이빙궈 당시 외교 담당 국무위원이 필리핀·베트남 등과 갈등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가 중국의 핵심적 이익이라고 언급한 데 이어, 지난 4월26일엔 화춘잉 중국 외교부 부대변인이 처음으로 “댜오위다오는 당연히 중국의 핵심적 이익에 속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 직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월 7~8일 캘리포니아 랜초미라지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다시 한번 “댜오위다오는 중국의 핵심적 이익”이라고 선언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즉각 이 사실을 부인했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중국의 이번 방공식별구역 선포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포함한 미·일 동맹 강화뿐 아니라 한-미-일 3자 군사협력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5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중국의 힘을 통한 현상 변경 시도에 의연하고 냉정히 대응하겠다”며 “동맹국인 미국과 긴밀히 연대·협의하고 있으며 관계국은 물론 국제사회와 연대하며 중국의 자제를 요청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관계국’은 이번 사태의 또다른 직접 당사국인 한국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일본 언론들은 25일치에서 자국의 견해와 함께 한국 정부의 반발을 자세히 소개했다. 이런 식으로 중국 위협론이 부각되고 최악의 경우 중-일이 국지적으로라도 물리적으로 충돌할 경우 ‘일본의 재무장’을 우려하는 한·일 반대 여론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 아울러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 참여, 지난해 밀실 추진이 들통나 중단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재추진 등의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
중국은 다시 한번 강한 어조로 미국의 태도를 맹비난했다. 친강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누리집에 공개한 문답 형식의 성명에서 “정쩌광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가 게리 로크 주중 미국대사에게 ‘미국이 잘못을 바로잡고, 중국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것을 삼가라고 엄중히 항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댜오위다오는 중국 고유의 영토로 중국은 일관적으로 이를 수호해왔다. 미국은 댜오위다오 주권 문제에 간섭하지 말고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다시는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핵심적 이익인 영토문제에선 미국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겠다는 중국의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하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도쿄 베이징/길윤형 성연철 특파원 charism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