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 연계 ‘이라크·레반트’
정부군과 닷새 교전끝에 장악
총리, 의회에 비상사태 선포 요청
정부군과 닷새 교전끝에 장악
총리, 의회에 비상사태 선포 요청
알카에다와 연계된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인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 소속 무장세력이 이라크 제2의 도시인 모술을 장악했다고 10일 영국 <비비시>(BBC) 방송 등 외신들이 전했다. 누리 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의회에 비상사태를 선포해 달라고 요청했다.
말리키 총리는 이날 국영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이라크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악랄한 공격에 대처하기 위해 일치단결해야 한다”며 모술을 반군이 장악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라크 의회는 재적 의원 3분의 2의 찬성으로 30일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 말리키 총리는 모술을 장악한 무장세력에 맞서 싸울 뜻이 있는 시민들한테는 무기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또 그는 유엔과 아랍연맹, 유럽연합(EU)에 지원을 호소했다.
이날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은 모술에서 닷새 동안의 치열한 전투 끝에 주요 관공서 건물을 완전 점령했다. 수백명의 무장대원들은 로켓 추진 유탄발사기와 기관총 등을 들고 군사령부 등을 공격해 장악했으며 경찰서들을 파괴했다. 또 수백명의 수감자들을 풀어줬다. 정부군과 경찰은 이들이 공격하자 제복을 벗고 도주했다. 한 모술 시민은 “모술의 주요 지역을 장악한 반군들이 이슬람국가를 상징하는 검은색 현수막을 걸고 있다. 모술은 지금 정부의 통제 밖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무장대원들은 모술 공항에서 정부군의 헬리콥터와 무기고도 확보했으며, 모술 남쪽의 공군기지도 장악했다. <에이피>(AP) 통신은 “반군이 모술을 장악한 것은 알카에다 분파 그룹의 반란을 진압하려는 정부에 심각한 타격”이라고 짚었다.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 소속 무장세력은 이미 올해 초 바그다드 서쪽의 팔루자와 라마디 지역을 장악한 바 있다. 정부군은 팔루자를 탈환하기 위해 몇달 동안 이들과 전투를 치렀으나 탈환하지 못했다.
이라크 북부의 모술은 인구 180만명이 거주하는 이라크 제2의 도시로 티그리스강 상류에 위치해 있다. 지금도 내전이 계속되고 있는 시리아로 가는 관문이며 이라크의 석유 수출 통로가 되는 전략적 요충지다. 모술을 장악한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는 시리아에서도 이슬람국가 건설을 내걸고 바샤르 아사드 정권에 맞서고 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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