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11 테러 이후 여객기 조종사들의 안전 확보가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당시 테러범들이 흉기를 들고 조종실로 들어가 조종실을 장악한 뒤 뉴욕 세계무역센터 등으로 여객기를 돌진시켰기 때문이다. 9·11 테러 이후 조종실 무단 침입을 막고자 잠금시스템을 강화했다. 하지만 독일 저먼윙스 여객기 추락 사건에선 강화된 시스템이 오히려 기장이 조종실로 들어가지 못하고 부기장이 홀로 고의 추락 사고를 일으킨 것을 가능케 했다. 카르스텐 슈포어 루프트한자그룹 최고경영자는 “전세계 어떤 안전시스템도 이번과 같은 사고를 예방할 수 없다. 비극적이고 예외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조종사가 고의로 여객기를 충돌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며, 조종사의 위협으로부터 어떻게 승객을 보호할 것인가 하는 새로운 문제를 제기했다. 외국 주요 언론들은 영국·독일·캐나다·노르웨이 등 각국의 주요 항공사들이 앞다퉈 ‘조종실 2인’ 규정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고 27일 전했다. 조종사 2명 가운데 1명이 조종실을 벗어나면 다른 승무원이 대신 조종실에 들어가 조종실에는 항상 2명이 자리를 지키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저먼윙스 여객기 추락 사건에서 부조종사 한 명만 남아 고의 추락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9·11 테러 이후 조종사가 조종실에 혼자 있을 수 없도록 했지만, 다른 나라들은 그렇지 않았다.
<시엔엔>(CNN) 방송의 안보문제 분석가인 줄리엣 카이옘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9·11 테러 이후 조종실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한 시스템이 조종사의 조종실 진입을 방해한 것은 아이러니”라며 “조종실로 들어가는 문에 비밀번호 잠금장치 또는 전자식 키를 설치해 조종사 한두 명과 선임 승무원만 사용할 수 있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