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북중미축구연맹 압수수색 미국 연방수사국(FBI) 수사관들이 27일(현지시각) 국제축구연맹(FIFA) 비리 수사와 관련해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비치에 있는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 본부에서 압수한 서류들을 운반하고 있다. 마이애미비치/AFP 연합뉴스
FIFA 부패 스캔들
전·현 북중미 회장 등 14명 기소
뇌물·돈세탁·금융사기·공갈 등 적용
“이번 기소는 끝이 아닌 시작”
‘미스터 10%’ 별명 척 블레이저
탈세로 10년 수감 몰리자
내부 비리 녹음해 FBI에 넘겨
2018년 월드컵 개최국 러시아 반발
전·현 북중미 회장 등 14명 기소
뇌물·돈세탁·금융사기·공갈 등 적용
“이번 기소는 끝이 아닌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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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로 10년 수감 몰리자
내부 비리 녹음해 FBI에 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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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무부가 국제축구연맹(FIFA·피파)의 비리를 뿌리째 도려내겠다며 수사 확대 방침을 밝혔다. 미 법무부는 27일(현지시각) 제프리 웹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 회장과 잭 워너 전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 회장 등 피파 전·현직 간부 9명과, 스포츠마케팅 회사들의 임원 5명 등 모두 14명을 기소했다. 이들에게는 뇌물, 돈세탁, 금융사기, 공갈 등 47개 혐의가 적용됐다.
■ “이제 수사 시작”
로레타 린치 미국 법무장관은 뉴욕에서 연방수사국(FBI)·국세청(IRS)과 함께 연 기자회견에서 “이들 피파 간부들은 1991년부터 두 세대에 걸쳐 자신들이 소속된 단체의 지위를 이용해 스포츠마케팅 회사들한테 축구대회 광고권 등을 대가로 뇌물을 요구했다”며 “이런 짓을 반복해서, 해마다, 축구대회 때마다 저질렀다”고 성토했다. 미 법무부는 피파 간부들이 1억5000만달러(1660억원)의 뇌물을 받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 동부지검의 켈리 커리 연방검사는 “(이번 기소는) 끝이 아니고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비리 혐의로 기소될 피파 관계자들이 더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린치 장관 등은 제프 블라터 피파 회장도 수사 대상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 수사 관계자는 <뉴욕 타임스>에 “블라터의 운명은 앞으로 수사 결과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수사를 지휘·감독하는 린치 법무장관이 뉴욕 동부지검 검사 때 피파 비리를 수사했던 것도 강도 높은 수사를 예고한다.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장은 뉴욕 남부지검 검사 출신이고, 2018·2022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 관련 비리 의혹을 조사해온 마이클 가르시아 전 피파 윤리위원회 수석조사관도 코미 국장의 후임으로 뉴욕 남부지검 검사를 지낸 바 있다.
■ “수갑 찰래, 협조할래?”
이번 수사의 물꼬는 2011년 가을에 트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수사국과 국세청 수사관들은 당시 뉴욕 맨해튼 5번가에서 스쿠터를 타고 가던 척 블레이저(70)를 멈춰 세웠다. 그는 피파 집행위원과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 사무총장을 역임하며 북중미 축구계를 쥐락펴락한 큰손이었다. 영국 <가디언>은 “블레이저는 뉴욕 트럼프타워의 고급 아파트 2채에서 호화 생활을 했다. 한 채는 자신이 살고, 다른 한 채에는 그가 키우는 고양이들이 산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수사관들은 블레이저에게 왜 세금을 내지 않느냐고 추궁했다. 그러면서 “지금 수갑을 차든가, 아니면 협조하라”고 말했다. 탈세 등 혐의로 10년 이상의 감옥살이가 예상되자 블레이저는 협조하는 길을 택했다. 그는 2012년 여름 런던올림픽 때 열린 피파 관련 회의에 마이크를 감추고 들어가 피파 집행위원들의 뒷거래 관련 발언들을 녹음해 연방수사국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미스터 10%’로 불릴 정도로 상습적으로 뇌물을 받아온 그가 자신의 범죄 형량을 줄여보려고 함께 비리를 저질렀던 동료들을 ‘판’ 것이다.
■ 러시아 등 반발
피파 전·현직 간부의 비리는 주로 미국 밖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미 수사당국은 일부 비리가 미국 안에서 저질러졌고, 미국 은행을 통해 돈이 거래됐다면서 수사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뉴욕 타임스>는 미국의 많은 법령은 외국인도 기소할 수 있다며, “수사당국이 법원에 낸 서류에는 (범죄) 행위들이 미국 주 사이의 통상 및 외국과의 통상에 영향을 미쳤고, 일부는 뉴욕 동부에서 벌어졌다고 돼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이익을 지키려는 측면도 있다. <시엔엔>은 월드컵과 관련해 가장 비싼 텔레비전 중계권료를 내는 곳이 미국 방송사라고 짚었다. <폭스 텔레비전>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2018·2022년 월드컵 경기를 중계하는 대가로 4억2500만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
2018년 월드컵 개최를 앞둔 러시아는 발끈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성명에서 “피파 간부들을 체포한 것은 미국이 사법 관할권 지역 밖에서 불법을 저지른 또 다른 사례라는 점을 지적한다”며 “미국은 자국 영토 바깥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심판자 노릇을 당장 멈추고 국제법 절차를 따르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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