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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24분 만에 16조원 날린 중국 최고 부자 리허쥔

등록 2015-05-31 14:36수정 2015-05-31 14:56

한넝 회장, 주가 폭락에 ‘내부자 거래’ 의혹
폭락 사태 배경엔 홍콩 증시 거품 붕괴론도
리허쥔 중국 한넝그룹 회장. 한겨레 자료 사진
리허쥔 중국 한넝그룹 회장. 한겨레 자료 사진
“최고 부자가 신전에서 추락하는 데 얼마나 걸릴까. 20분이면 충분하다.”

중국 <시대주보>는 최근 리허쥔(47·사진) 중국 한넝그룹 회장의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지난해가 알리바바 마윈 회장의 해였다면 올해는 리 회장의 해였다. 지난 2월 중국판 <포브스>로 불리는 <후룬 리포트>가 발표한 ‘2015년 중국 부호 명단’에서 리 회장은 자산 총액 1600억위안으로 중국 최고 부자에 올랐다.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이 2위, 알리바바 마윈 회장은 3위로 밀려났다.

이는 한넝그룹이 홍콩 증시에 상장한 자회사 한넝박막발전(하너지)의 주가가 수직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최근 2년 동안 한넝박막발전의 주가는 600%나 올랐다. 이 회사는 전세계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태양광에너지 기업이 됐다. 그러나 지난 20일 이 회사 주가는 특별한 이유도 없이 24분 만에 7.01홍콩달러에서 3.88홍콩달러로 47%나 폭락했고, 거래가 중단됐다. 이 회사 주식 80%를 소유한 리 회장의 개인 자산도 24분 만에 1147억홍콩달러(약 16조원)나 증발했다.

이후 이 회사 주가의 대폭락 전에 리 회장이 공매도 물량을 7억9600만주까지 늘렸다고 <시엔엔머니>가 보도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공매도란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서 파는 것을 뜻한다. 주가가 하락하면 주식을 되사들여 공매도분을 결제함으로써 시세 차익을 얻는 투자기법이다. 리 회장이 공매도를 크게 늘렸다는 것은 주가 폭락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홍콩 당국은 한넝박막발전의 주가 폭락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리 회장은 28일 “조사 착수는 오보”라며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한넝 쪽은 직원들에게 한넝박막발전 주식을 지급하는 방안을 준비중이라고 밝히는 등 이미지 회복에 나섰지만 여론은 곱지 않다.

이번 주가 폭락 사태 전까지 리 회장은 승승장구해왔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21일 “중국의 수많은 부호들은 중국 공산당 고위층과 친족 관계에 있거나, 알리바바의 마윈처럼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기업을 창업한 경우인데 리 회장은 특이한 사례”라고 분석했다. 리 회장은 공산당 고위층과 별다른 인연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제품도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막대한 부를 자수성가로 일궜다.

리 회장은 1967년 광둥성 허위안의 소수민족인 하카 가정에서 태어났다. 1991년 5만위안을 빌려 사업을 시작한 뒤 여러 업종을 전전한 끝에 1994년 한넝홀딩스를 세웠다. 당시 중국 정부는 소규모 수력발전소 건설을 장려하고 있었는데, 리 회장은 이 사업에 뛰어들어 큰 이윤을 남겼다. 성과를 낸 리 회장은 태양광 등 첨단에너지 사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이후 중국에서 환경오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청정에너지 사업이 관심을 끌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거래정지 사태 이후에도 한넝박막발전의 주가는 올해 연초보다 42%, 한해 전보다 무려 3배나 높은 상태”라며 이 회사 주식이 시장점유율이나 사업구조 등에 비해 과대 평가된 상태라고 26일 분석했다.

한넝박막발전 주가 폭락으로 홍콩 증시의 ‘거품 붕괴론’이 확산되기도 했다. 주식시장 과열 우려가 커지는 속에서 후강퉁(상하이·홍콩 증시 교차 거래) 정책 시행 이후 홍콩으로 몰려든 투기적 투자자들이 손을 털기 시작하는 신호라는 해석이다. 홍콩 주가는 한넝박막발전 등 일부 종목의 급락 사태 이후 22일 반등세로 돌아섰지만 투자자들의 불안한 시선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최근 폭락 사태의 배경에는 “홍콩 증시의 구조적인 문제점도 있다”며 “상·하한가 제도가 없는데다 주가 급등락에 대한 제동장치도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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