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의 미국 대선 후보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왼쪽) 경선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경선 후보. AFP 연합뉴스
“나는 브렉시트를 지지했다. (힐러리는 틀렸다.) 11월에 보자.”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에 유감을 표시하며 27일 남긴 트위트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둘러싸고 미국 민주당의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과 트럼프가 연일 공방을 주고받는 가운데 브렉시트가 11월 치러질 미국 대선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힐러리는 부통령 후보로도 거론되는 ‘트럼프 저격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오하이오 유세에 나서 트럼프를 향해 “경제위기에 (자신의) 골프장 광고를 한다”고 맹공격했다. 트럼프가 브렉시트 투표 다음날 스코틀랜드의 자기 소유 골프장 개장식에서 “(브렉시트로) 파운드 가치가 떨어지면 손님이 더 많이 올 것”이라고 말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앞서 26일 공개된 선거 캠페인 광고에서도 힐러리는 “미국인이 퇴직연금에서 1000억달러를 잃었는데도, 그는 자신의 골프장이 더 많은 수익을 얻게 되는 일을 자랑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트럼프는 이날 영국 <더선> 인터뷰에서 평소 외치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말을 인용해 “브렉시트는 영국을 다시 위대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렉시트를 유발한 영국 국민들의 반무역, 반이민 정서를 ‘트럼프 현상’과 연결시킨 것이다.
미국 안에서는 브렉시트의 파장이 누구에게 유리할지 전망이 엇갈린다. 일단 브렉시트 투표에서 드러난 고학력·젊은층·중산층과 저학력·노령층·서민층의 대결은 미 대선 선거구도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트럼프에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시엔엔>(CNN) 방송은 최근 “선거와 찬반투표는 성격이 다르고, 인구 구성도 차이가 난다”며 브렉시트가 미 대선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오히려 트럼프와 브렉시트의 합성어인 ‘트렉시트’라는 신조어가 등장하며 “트럼프를 대선후보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역풍’도 불고 있다.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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