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미래학회와 <한겨레>가 공동으로 주최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유럽과 한국의 미래’ 토론회가 열려 참석자들이 토론 내용을 경청하고 있다. <대한매일신보> 제공
11일 서울 중구 한국정보화진흥원(NIA)에서 미래학회와 <한겨레>가 공동으로 주최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유럽과 한국의 미래’ 토론회가 열렸다.
영국은 지난달 23일 유럽연합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해 탈퇴를 결정했다. 아직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절차가 시작된 건 아니지만, 브렉시트는 미국의 영국을 통한 유럽의 개입력 약화와 이로 인한 동아시아 전략의 변화 등 국제정세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토론회에는 채형복 한국유럽학회장(경북대 법학전문대학 교수)과 이채언 전남대 경제학과 교수, 송민 연세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김동환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가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채형복 교수는 ‘브렉시트, 영국은 유죄인가?’라는 제목의 발표를 통해 영국은 유럽연합에 가입한 뒤에도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유럽 국가들)에는 가입하지 않는 등 유럽연합과의 거리두기를 해온데다, 유럽연합의 관료 기구와 법률이 영국을 구속하는데다 독일이 유로존 출범 이후 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영국 금융산업의 이익을 침해하는 점 등에 대해 불만이 많았던 점 등을 이번 브렉시트의 원인으로 들었다. 그러면서 채 교수는 유럽연합 가입으로 인해 얻게 된 이동의 자유, 단일시장 접근권 등 ‘통합’의 수혜는 고학력층에 집중되고, 사회적 약자는 서서히 그 수혜에서 배제되면서 서서히 도태된 것이 결국 이번 국민투표에서 많은 영국민들이 브렉시트에 표를 던지게 된 이유라고 지적했다. 채 교수는 결론적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며 “국제사회의 방향은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세상, 공존과 평화·협력을 이념적 좌표와 국가운영 방향으로 삼는 쪽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채언 교수는 ‘브렉시트, 어디로 향하나?’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신자유주의에는 파시즘적 색채가 짙다며, 유럽연합은 반파시즘 세력이 유럽의 평화를 위한 경제·정치 통합을 지향한 것으로 전제했다. 그러면서 브렉시트로 인해 유럽연합은 탈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움직임과 함께 대미·대러시아 등거리 외교를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결국 미국 주도의 달러 질서 붕괴로 이어지고 세계는 대안 질서를 찾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국제사회가 찾을 대안 질서로 △신자유주의 폐기 △수출보다 내수 위주 경제체제 △(지구촌 전역의) 국가연합 움직임으로 내다봤다.
김 교수는 브렉시트로 인해 안보 차원에서는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지배력이 커졌다는 것이라며, 이로 인해 미국의 글로벌 전략 변화 필요성이 대두됐다며, 최근 사드의 한반도 배치 결정 등 미국의 아시아 전략 강화가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관심을 동북아로 돌려놓기 위한, 일종의 ‘성동격서’ 전략 아니냐는 분석을 조심스럽게 내놓기도 했다. 한편, 송 교수는 시스템 알고리즘을 구현하는 방식으로 ‘브렉시트’를 분석한 결과, 브렉시트가 향후 ‘미래형 자동차’와 ‘노동개혁법’ 등의 이머징 이슈에 영향을 줄 있음을 분석해 냈다고 밝혔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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