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치러진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지명된 도널드 트럼프의 연설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클리블랜드/EPA 연합뉴스
“트럼프는 행정을 정치로 보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사업)로 본다. 정치도 하나의 비즈니스가 돼야 하고 이익을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의 수퍼바이저(공동시장격)인 미셸 박 스틸(한국이름 박은주·61)은 19일(현지시각)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트럼프의 베벌리 힐스 자택에서 세번 만나봤다”며 그를 이렇게 평가했다.
스틸 슈퍼바이저는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마이크 펜스는 한번 생각하고 얘기하는 스타일이지만, 트럼프는 그냥 내뱉는 사람”이라며 “앞으론 상당히 조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를 여러차례 직접 만나본 그의 평가는 세간의 인식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가 정치와 행정 등 모든 분야를 사업적 관점에서 파악하고, 즉흥적인 말하기에 익숙해 있다는 점에서 공통 분모가 있는 셈이다.
‘아웃사이더’로 공화당을 접수한 트럼프는 1946년 6월14일 뉴욕 퀸스에서 태어났다. 독일계 부동산 개발업자 프레더릭 트럼프와 스코틀랜드 태생 메리 앤의 3남2녀 중 넷째였다. 13살 때 음악 교사를 때려 눈에 멍이 들게 할 정도로 ‘문제아’였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을 졸업한 뒤 아버지와 함께 부동산 사업에 뛰어든 트럼프는 호텔·골프장·카지노 등으로 영역을 확장했고, 개인적으로도 부동산 재벌부터 작가·방송인·영화배우까지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특히,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엔비시>(NBC) 방송의 오디션 프로그램인 ‘어프렌티스’(견습생)를 공동 제작 및 진행하며 대중의 정서를 읽는 동물적 감각을 키웠다.
트럼프는 공화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상대방에게 막말을 퍼붓는 직설적이고 승부사적인 기질로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자신에게 불리한 이슈를 바꾸고, 엔터테이너 기질을 발휘해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탁월한 수완을 보여줬다. 그는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후보 지명자로는 공화당 전당대회 사상 처음으로 첫날 일정에 등장해 찬조연설자로 나선 부인 멜라니아를 소개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그의 깜짝 출연으로 분위기는 순식간에 트럼프 쪽으로 기울었다.
그는 또 멜라니아의 연설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의 2008년 연설을 표절했다는 논란이 불거지자, 예정에 없이 전대 둘째날인 19일 대형 스크린을 통해 생중계 연설을 하기도 했다. 지지자들의 불안을 잠재우고 논란을 돌리기 위한 기습 전략인 셈이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미국의 대통령 후보로 지명돼 자랑스럽다. 워싱턴에 진짜 변화와 리더십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클리블랜드/이용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