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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현장] 클린턴, 만장일치로 대선 후보 지명

등록 2016-07-27 17:10수정 2016-07-27 21:37

샌더스 깜짝 출연 “경선 보고과정 중지하고, 클린턴 지명하자”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 “힐러리는 최고의 변화를 만드는 사람”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이틀째인 26일(현지시각)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된 힐러리 클린턴이 영상을 통해 소감을 전하고 있다. 필라델피아/UPI 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이틀째인 26일(현지시각)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된 힐러리 클린턴이 영상을 통해 소감을 전하고 있다. 필라델피아/UPI 연합뉴스
“이제 ‘롤콜’(호명투표) 절차를 중지하고 힐러리 클린턴을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지명할 것을 제안합니다.”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둘째 날인 26일(현지시각) 오후 6시50분, 버몬트주 대의원석에 ‘깜짝’ 등장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극적인 제안을 내놓았다. 대의원석에선 “동의합니다”라는 함성이 울려 퍼졌다. 사회를 보던 마샤 퍼지 하원의원이 클린턴을 민주당 대선 후보로 ‘만장일치’로 공식 지명했음을 선언하자, 대회장인 필라델피아의 웰스파고 센터는 환호로 가득 찼다. 대회장에 모인 1만여명의 대의원 및 지지자들은 모두 일어나 박수를 치거나 춤을 췄다. 샌더스는 여전히 클린턴에게 마음을 주지 못하는 자신의 일부 지지층을 달래며 당의 화합과 승리를 위해 마지막 최선을 다한 것이다. 2008년에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패했던 힐러리 클린턴이 전당대회 때 같은 방식으로 오바마에게 힘을 실어준 바 있다. 당시 민주당 경선에서 오바마에게 패한 뒤 “우리가 이번에는 가장 높고 가장 단단한 유리천장을 부술 수 없었지만, 1800만개(클린턴이 경선에서 얻은 득표)의 균열을 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던 클린턴은 이날 8년 만에 민주당 대선 후보로 공식지명되면서 ‘여성 대통령’의 첫 관문을 넘어섰다. 클린턴은 공식 후보로 지명된 뒤 전당대회가 끝나기 직전 뉴욕에서 ‘깜짝’ 생중계 영상 메시지를 통해 대회장의 대형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냈다. 클린턴 후보는 지지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나타낸 뒤, “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고 이 순간을 지켜보는 어린 소녀들이 있다면 이 말을 전하고 싶다. 내가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단다. 다음 차례는 바로 너란다”라고 말했다. 클린턴 후보는 자신의 왼쪽에 서 있는 어린 소녀의 어깨를 한 손으로 살짝 감싼 채 이 메시지를 전했다.

앞서 이날 마지막 찬조연설자로 나온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71년에 한 여성을 만났다”는 말로 연설을 시작했다. 1992년 자신의 대선 당시 자신과 아내 힐러리를 동시에 내세우며 ‘바이 원, 겟 원’(Buy one, Get one. 미국 슈퍼마켓 등에서 하나를 사면 하나 더 끼워주는 판촉행사)이라는 구호를 쓰기도 한 그가 24년이 지나 이번에는 위치를 바꿔 조력자로 나선 것이다. 43분간 이어진 연설의 상당 부분은 정치나 정책을 설명하는 대신, 힐러리 클린턴과 예일대 로스쿨에서 만난 과정, 딸 첼시가 태어난 것과 결혼생활 과정 등 대선 후보 클린턴의 인간적 면모를 부각하는 데 할애했다. 빌 클린턴의 백악관 시절 ‘섹스 스캔들’을 표적으로 삼을 태세를 보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쪽의 공격을 미리 차단하고, 차갑거나 거짓말쟁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클린턴과 일반인의 정서적 유대감을 잇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또 “힐러리는 내가 아는 한 여전히 최고의 변화를 만드는 사람(change maker)”이라고 칭송했다. 이 역시 변화를 거부하는 기성 정치세력이란 클린턴 후보의 이미지를 희석해주기 위한 것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미래를 생각하는 우리들은 그녀(힐러리)를 대통령으로 뽑아야 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여러분의 자녀와 손자들은 영원히 당신을 축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뒤 무대를 떠났다. 미국 언론들은 이날 클린턴 전 대통령의 연설이 주로 샌더스 지지층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했다.

그러나 샌더스 열성 지지자들의 마음을 온전히 달래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듯 보였다. 캔자스, 메인, 오클라호마 등 샌더스가 이겼던 주들의 대의원 자리는 적지 않게 비어 있었다. 대선 후보 지명 절차가 끝나자, 흥분한 일부 샌더스 지지자 수백명은 “퇴장!” “퇴장!”을 외치며 외신기자들을 위해 마련된 미디어센터로 몰려와 연좌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일부는 입에 테이프를 붙이며 침묵시위를 했다. 시위대의 존 밀러는 “샌더스는 이제 민주당원이라 힐러리를 지지할 수밖에 없는 심정을 이해한다. 하지만 나는 11월 대선에서 (투표용지에) 샌더스를 적을 것”이라며 클린턴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만약의 충돌 사태에 대비해 경찰의 테러 진압용 무장차가 등장하는 살벌한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보안구역과 바깥의 경계 철책에도 샌더스 지지자 500여명이 모여 철책을 붙잡고 소리를 지르거나 발을 구르며 클린턴에게 유리하게 경선 과정을 진행한 민주당 전국위원회를 격렬히 비난했다. 일부는 철책을 넘어오려고 시도하다 4명이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한편, 미국 역사상 최초의 주요 정당 여성 대통령 후보로 등극한 클린턴은 지금까진 대체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 앞서 있는 것으로 나타나 ‘24년 만의 백악관 복귀’를 꿈꾸고 있지만, 소득 불평등 해소와 월가 개혁 등을 요구하는 젊은층과 중하층 유권자들로부터 기성정치권을 대표하는 인물로 비판받고 있어, 이들의 분노를 본선 과정에서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또 ‘트럼프보다 더 믿을 수 없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 등 신뢰성의 위기도 넘어서야 한다.

필라델피아/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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