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최근 <미국의 소리>(VOA) 방송 인터뷰에서 “한국의 (박근혜 퇴진 요구) 시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홈페이지 갈무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퇴임 뒤 국내에서 자신의 역할을 적극 모색하고 있음을 거듭 내비쳤다. 이달말(12월 31일)로 제8대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마치는 반 총장은 3일(현지시각) 아랍위성방송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1월1일 한국에 돌아가면 각계 지도자, 친구들과 전직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조국에 무엇을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논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알자지라> 인터뷰 진행자가 “퇴임 뒤에도 한국을 위해 봉사할 것이냐”고 묻자 “한 시민으로서 계속 목소리를 내고 유엔을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어떤 일이든 하겠다. 동시에 조국을 위해 일하는 최선의 길이 무엇일지도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차기 대선에 출마할 뜻이 있는지 타진하는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회피하는 특유의 간접화법으로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알자지라가 웹사이트에 올린 인터뷰 기사에 ‘반기문:한국의 차기 대통령?’이란 제목을 달았다
반 총장은 박근혜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와 대규모 퇴진 요구 시위 등 한국 상황을 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앞서 2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 인터뷰에서, “시민들이 ‘좋은 정치가 없는 상태(lack of good governance)에 매우 절망하고 분노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상당히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국민이 위기를 빠른 시일 안에 극복하고, 헌법에 따라 정상적인 국정운영으로 되돌아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한국은 매우 훌륭하고, 회복력이 있으며, 성숙한 민주 체제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알자지라> 방송은 3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의 인터뷰 기사에 ‘반기문,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알자지라> 홈페이지 갈무리
반 총장은 5년7개월째 계속되는 시리아 내전에 대한 <알자지라>의 질문에는 “유엔과 지역 패권국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해야 했다”며 “그러나 불행히도 그 나라들,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분열됐고, 바로 그것이 내가 이 문제를 풀 수 없었던 이유다”라고 화살을 돌리는 듯한 답변을 했다. 그는 “시리아 사태에 대한 유엔의 입장은 일관됐다. 군사적 해법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알자지라>는 “지금에 와서는 그런 말이 매우 공허하게 들린다”고 꼬집었다.
반 총장은 또 아이티의 콜레라 창궐, 남수단 내전, 유엔 평화유지군과 직원의 현지인 성폭행 등을 유엔의 실패가 부끄럽지 않으냐는 질문에 “매우 유감스럽다”면서 “성범죄에 대해선 무관용 정책으로 즉시 조처했다”고 대답했다.
한편 반 총장이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내년 1월1일이 오면(Come January 1, 2017, when I return to Korea, )”이라는 표현을 썼으나, 실제 귀국일은 그보다는 약간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는 5일 “유엔 관계자가 (반 총장의) 귀국 시점이 1월 중순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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