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워싱턴/EAP 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자신의 이름을 딴 생물종이 가장 많은 대통령.
과학전문 저널 <사이언스>는 최근 새롭게 발견된 생물 9종이 ‘오바마’란 이름을 갖게 됐다고 보도했다. 저널은 “청정에너지와 환경 보호, 과학 발전에 기여한 오바마 대통령을 기리기 위해 과학자들이 그의 이름으로 신종을 명명했다. 오바마는 백악관을 떠나지만 그의 이름은 종 분류체계에 영원히 남을 것”이라며 거미, 물고기, 새 등 신종 9종의 학명을 소개했다. 이는 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기록(7종)을 넘어서는 것이다. 학명에서 앞의 것은 속(屬)명, 뒤의 것은 종(種)명이다. 생물 분류체계에서 가장 낮은 단계가 종, 한 단계 높은 개념이 속이다.
■ 트랩도어 거미 ‘아프토스티쿠스 버락오바마이’
2012년 앨라배마주 오번대학의 생물학자 제이슨 본드는 국제학술지 <주키스>에 새로운 트랩도어 거미 종 33가지를 보고했다. 이 가운데 한 종에 ‘아프토스티쿠스 버락오바마이’
(Aptostichus barackobamai)라는 이름을 붙인 본드는 “오바마는 어리석은 반대에 굴하지 않은 진정한 정치가였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북중부 레드우즈에 서식하는 이 거미는 곤충, 개구리뿐 아니라 덫을 놓아 뱀까지 습격한다고 알려졌다.
■ 민물고기 ‘에테오스토마 오바마’
애틀랜타주의 생물학자 스티브 레이먼과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대학의 생물학자 리처드 메이든이 발견해 2012년 11월 앨라배마 자연사박물관 회보에 발표한 시어(矢魚, 민물에 서식하는 희귀종). 이 물고기는 ‘에테오스토마 오바마’(Etheostoma Obama)라는 이름을 얻었다. 약 45㎜로, 무지갯빛을 띠는 푸른색, 주황색 반점과 줄무늬가 특징이다. 생물학자들은 환경 보호에 앞장선 오바마를 기념하고자 이렇게 작명했다고 밝혔다.
■ 멸종된 도마뱀 ‘오바마돈 그라실리스’
500만년 전에 살았던 도마뱀도 ‘오바마’ 이름을 쓰게 됐다. 2012년 12월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보고된 이 도마뱀 뼈 화석은 몬태나주 ‘헬 크리크 지층’에서 발견됐다. 몸 길이 약 3m에 곧고 강한 이빨로 사냥을 했을 것으로 학자들은 추정한다. 고생물학자들은 “큰 이빨과 턱뼈에 매료됐다. 오바마의 시원시원한 미소를 떠올리게 해 ‘오바마돈 그라실리스’(Obamadon gracillis)란 이름을 정했다”고 말했다. 이 화석은 ‘종’ 바로 윗단계인 ‘속’으로 밝혀져 속명에 ‘오바마’가 들어갔다.
■ 귀뚜라미 기생충 ‘파라고르디우스 오바마이’
뉴멕시코대학의 생물학자 벤 해널트가 2012년 4월 공개한 모양선충 ‘파라고르디우스 오바마이’(Paragordius obamai). 오바마 대통령 친아버지의 고향인 케냐에서 발견됐다. 해널트 역시 오바마를 기억하기 위해 종명에 오바마를 활용했다. 이 모양선충은 귀뚜라미 몸 안에서 30㎝까지 자라는 기생충으로, 암컷만 발견된다.
■ 거북 기생충 ‘버락트레마 오바마이’
거북의 폐에 기생하는 이 기생충에겐 ‘버락트레마 오바마이’(Baracktrema obamai)라는 이름이 생겼다. 인디애나주 세인트메리대학에서 은퇴한 생물학자 토머스 플랫은 기생충 이름에 오바마가 쓰인 것이 모욕이 아닌 칭찬이라고 말했다. “길고 슬림하고, 끝내주게 멋진 것이 딱 오바마 같다.” 버락트레마 오바마이는 머리카락처럼 얇고 거북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한다.
■ 오색조 ‘니스탈루스 오바마이’
2008년 루이지애나주립대학의 생물학자 브렛 휘트니가 아마존에서 발견한 새. ‘니스탈루스 오바마이’(Nystalus obamai)는 내는 소리가 무척 특이하고, 머리가 큰 편이며 무리생활을 하지 않는다. 휘트니는 오바마가 생태계를 보호하는 데 필요한 친환경 기술, 특히 태양에너지 개발에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 담수어 ‘텔레오그라마 오바마오룸’
열대 지역에 서식하는 담수어로 2011년 콩고에서 발견됐다. 미국자연사박물관의 어류학자 멜라니 스티아스니는 오바마 부부가 아프리카 과학교육과 환경 보전에 헌신했다는 점을 들어 2015년 4월 이 물고기의 이름을 ‘텔레오그라마 오바마오룸’(Teleogramma obamaorum)으로 지명했다.
■ 이끼 ‘칼로플라카 오바마에’
2007년 캘리포니아 산타로사섬에서 발견된 오렌지붉은이끼의 한 종. 오바마의 이름이 처음 학명으로 사용된 생물이다. ‘칼로플라카 오바마에’(Caloplaca obamae)는 대통령 후보 시절 오바마의 과학정책을 지지하는 연구원들이 지은 이름. 이 이끼는 오바마가 44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직후인 2009년 3월 공식 보고됐다.
■ 산호초 물고기 ‘토사노이데스 오바마’
하와이 비숍박물관의 생물학자 리처드 파일이 지난해 6월 하와이 국립해양보호구역에서 발견한 물고기. 그는 보호수역을 확대한 오바마에 대한 존경을 담아 ‘토사노이데스 오바마’(Tosanoides obama)란 이름을 지었다. 이 물고기가 사는 파파하노모쿠아키아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넓은 보호수역으로, 오바마가 지난해 8월 150만8870㎢까지 확장한 바 있다. 낚시와 심해 광업 등을 통한 해양자원의 상업적 반출이 금지된 곳이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0일 환경을 위한 마지막 조처로 멸종위기종 ‘러스티 패치드 호박벌’을 보호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내렸다. 오바마 재임 기간엔 300여종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다. 500여종이 지정된 빌 클린턴 정부 다음으로 많은 수다. 조지 W 부시 정부 땐 62종이었다.
오바마 정부는 2015년 12월 ‘마이크로비즈 청정 해역 법안’을 통과시켜 물에 씻겨 나가는 제품과 일반의약품에 마이크로비즈 사용 금지를 이끌기도 했다. 마이크로비즈는 주로 치약·클렌저·각질제거제 등에 들어가는 지름 5㎜ 이하의 미세 플라스틱이다. 하수처리시설로 걸러지지 않아 바다로 바로 흘러들어 해양생물의 먹이활동과 성장에 악영향을 주는 ‘죽음의 알갱이’로 불린다.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 사진 <사이언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