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구시보> 등 중국 매체들이 15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의 피살 소식을 주요 뉴스로 보도하면서 큰 관심을 보였다. 중국 매체들은 김정남의 죽음이 암살로 드러날 경우 그 배후는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베이징/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46)의 피살 의혹은 탄도미사일 발사로 관계가 악화된 북-중 관계에 또 하나의 심각한 악재가 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중국 당국이 ‘사실관계 확인이 우선’이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피살 전모는 아직 확실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만일 그 배후가 북한, 특히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으로 특정된다면 작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뒤 김정남이 많은 시간을 베이징, 마카오 등 중국에서 보내면서,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김정남을 보호하고 있다는 관측이 ‘정설’로 받아들여져왔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은 ‘북한이 김정남을 제거했다’를 ‘북한이 중국의 보호구역을 침범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김정남은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부재’를 대신해준 고모부 장성택 전 노동당 행정부장과 절친했던 사이인 탓에, 북-중 교류에서 중요한 역할을 많이 맡았던 장 전 부장과 더불어 ‘친중파’로 분류되기도 한다. 중국 당국은 인정하지 않지만, 일각에선 북한의 ‘정권 교체’(레짐체인지)를 대비해, 중국이 김정은을 대체할 카드로 그를 관리했다는 시각도 있다. 이런 면에서도 북한이 김정남을 암살한 것으로 확인되면 중국의 화를 돋울 수 있다. 장 전 부장 처형 이듬해인 2014년 북-중 교역은 2000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2.4%)를 기록한 바 있다.
다만 말레이시아 당국의 수사 등 사실관계 확인이 이뤄질 때까지 중국은 사태 추이를 관망할 전망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광명성절(16일)을 맞이해 15일 저녁 베이징 북한대사관이 개최한 축하행사에는 왕자루이 전국정협 부주석 등 중국 고위인사들이 참석했다. 지난달 24일 평양 중국대사관과 지난주 베이징 북한대사관에선 각각 춘절(설)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반대로, 지난 12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만장일치로 채택한 언론성명에 동참했듯이, 중국은 ‘국제사회가 합의한 대북제재는 참여한다’는 기조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북-미 관계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미국 정부도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다, 현재 아무런 대화나 협상이 진행되지 않는 북-미 관계의 현실상 김정남의 피살이 당장 북-미 관계에 미칠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아 보인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북한에 대한 미국 내 여론 및 평판 악화를 불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향후 대북정책 수립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 정부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15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오늘 아침 합동정보회의를 개최해 한국과 말레이시아 등 관계국과 연계해 정보수집과 분석을 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베이징 워싱턴 도쿄/김외현 이용인 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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