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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김한솔은 어디에 있을까?

등록 2017-02-21 13:48수정 2017-02-21 22:10

박수지 기자의 말레이시아 ‘뻗치기’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이 20일(현지시각) 오후 아버지 시신을 인수하기 위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했다고 현지언론이 보도했다. 이날 밤 쿠알라룸푸르 병원 앞에 각국의 취재진이 김정남 시신을 확인하러 올 김한솔을 기다리고 있다. 김한솔이 김정남의 시신을 확인했는지는 21일 현재 확인되지 않고 있다. 쿠알라룸푸르/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이 20일(현지시각) 오후 아버지 시신을 인수하기 위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했다고 현지언론이 보도했다. 이날 밤 쿠알라룸푸르 병원 앞에 각국의 취재진이 김정남 시신을 확인하러 올 김한솔을 기다리고 있다. 김한솔이 김정남의 시신을 확인했는지는 21일 현재 확인되지 않고 있다. 쿠알라룸푸르/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중국에선 기자들이 이렇게 마냥 기다리는 걸 가리키는 말이 따로 없어? 한국에선 이런걸 ‘뻗치기’라고해. 기자들끼리 은어 같은 거야.”

“중국에 따로 그런 은어는 없어. ‘뻐-치기?’ 하하 오케이.”

졸린 눈을 비비며 한국어 한마디 못하는 중국 기자한테 한국 기자 세계의 은어를 알려줄 때의 시각은 21일 새벽 3시40분(현지시각, 한국시각 4시40분)께였다. 이 시각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병원 앞에선 50명이 넘는 내외신 기자들이 다같이 ‘뻗치기’를 하고 있었다. 다른 방법이 없을까 싶어서 말레이시아 현지 매체 기자에게 물어봤더니 돌아온 대답은 한결같았다. “그냥 기다려.”

‘아, 뻗치기는 만국 공통의 취재 방법이구나.’ 2월 영하의 서울 날씨를 견디다가 갑자기 섭씨 30도를 오르내리는 타국에서 ‘그 분’을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새삼 깨닫게 된 사실이었다.

지난 13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46)이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제2청사에서 피살된 이후 각국에서 온 취재진은 정신없이 취재했지만 이날만큼 많은 기자들이 밤을 꼬박 새운 날은 없었다.

20일 저녁,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22)이 말레이시아에 입국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김한솔의 얼굴을 보기 위해 200~300명의 취재진은 쿠알라룸푸르 공항과 병원을 정신없이 넘나들었다. 공항 출국장에서 포착된 검은 모자와 마스크를 쓴 한 젊은 남성을 두고서는 “김한솔의 외모와 비슷한 것 같다”며 우르르 뛰어가며 쫓아가다가, 기자 서너명이 넘어지기도 했다. 그가 김한솔인지는 아직도 확인되지 않았다.

밤 10시를 넘기며 더는 공항에서 김한솔이 나타날 가능성이 낮아지자, 이후 주요 취재 장소는 김정남의 시신이 안치돼 있는 쿠알라룸푸르 병원의 검시소(영안실) 앞으로 옮겨졌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평소처럼 경찰 6~7명이 검시소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시시각각 답답함만 늘어났다. 김한솔이 마카오에서 비행기를 타긴 탔는지, 비밀 통로로 공항을 빠져나온 건지, 병원을 오고 있는지 아니면 이미 와 있는지, 그것도 아니면 이미 병원을 왔다가 떠났는지, 알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

“김한솔이 입국한다는 뉴스가 ‘가짜 뉴스’ 아니냐”는 이야기가 취재진들 사이에서 떠돌기도 했다. 김한솔의 입국 정보가 말레이시아 당국발이 아니라 기자들 사이에서 떠돈 메시지에서 시작돼 더욱 의심스럽기도 했다.

이날 오후 5~6시 무렵부터 ‘왓츠앱’ 등의 메신저를 통해 “김한솔이 21일 저녁 마카오에서 에어아시아 항공편(AK8321)을 타고 7시50분에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메시지가 돌았다. ‘김한솔 말레이시아 입국’, ‘김한솔 쿠알라룸푸르 병원 도착’과 같은 속보가 뜨면 검시소 앞이 술렁였지만 결론은 하나같이 ‘확인이 되지 않는다’는 거였다.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22)이 20일(현지시각) 밤 아버지 시신을 인수하기 위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했다고 현지언론이 보도했다. 이날 밤 쿠알라룸푸르 병원은 김한솔을 경호하기 위해 준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경찰특공대로 삼엄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김한솔이 김정남의 시신을 확인했는지는 21일 현재 확인되지 않고 있다. 쿠알라룸푸르/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22)이 20일(현지시각) 밤 아버지 시신을 인수하기 위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했다고 현지언론이 보도했다. 이날 밤 쿠알라룸푸르 병원은 김한솔을 경호하기 위해 준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경찰특공대로 삼엄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김한솔이 김정남의 시신을 확인했는지는 21일 현재 확인되지 않고 있다. 쿠알라룸푸르/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그러다가 새벽 1시40분께 갑자기 분위기가 반전됐다. 경찰차 4대가 한번에 검시소를 들어가더니 검은 복면을 착용하고 무장한 경찰특공대 10여명이 내리며 삼엄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김한솔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배치된 이들일 가능성이 높았다. ‘김한솔이 올 수도 있겠다’는 마음으로 취재진의 긴장도 높아졌지만 김한솔로 보이는 사람이 포착되진 않았다.

새벽 4시 넘은 시각 ‘복면 경찰’들이 대부분 현장에서 빠져나가면서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김한솔도 복면을 쓰고 몰래 들어갔다가 시신을 확인하고 나온 게 아닐까’, ‘다른 통로로 들어갔다 나간 건 아닐까’라며 추측에 추측만 거듭했다. 정문을 지키고 있는 경찰들에게 “김한솔이 여기 있는게 맞느냐”, “왜 무장 경찰들이 온 거냐”라고 물어봐도 “모른다. 난 정보가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이날 새벽 한창 긴장이 고조되던 2시20분께 한국의 방송사 촬영기자가 검시소 뒤편을 촬영하자 경찰이 검시소 내부로 기자를 데리고 가는 ‘해프닝’도 있었다. 해당 기자는 1시간20분 뒤 무사히 나왔지만 한 외신 기자는 “그래도 저 기자는 검시소 건물 내부를 본 유일한 기자가 아니냐”며 쓴웃음을 지으며 말하기도 했다. 어떤 이유에서든 다른 기자가 뭐라도 하나를 더 보거나 들으면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상황이었다.

날이 밝은 뒤 현지 언론은 “김한솔이 입국한 사실은 확인됐다”고 보도했지만, 여전히 말레이시아 당국은 아무런 공식적인 확인을 해주지 않고 있다.

현지시각 낮 12시 무렵, 몇몇은 불안감으로 자리를 뜨지도 못한 채 근처에서 사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우고 있다. 김한솔이 나타날 ‘희박한 가능성’을 품고 200명 넘는 기자들은 여전히 병원 앞을 지키고 있다.

김한솔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쿠알라룸푸르/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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