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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한국 2년 연속 ‘불완전한 민주주의’ 국가 불명예

등록 2017-02-24 17:34수정 2017-02-24 19:59

<더 이코노미스트> 산하 연구 기관, ‘2016년도 민주주의 보고서’ 발표
노르웨이, 7년 연속 민주주의 1등 국가 비결은?
<더 이코노미스트> 산하 연구·분석 기관 <더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젼스 유닛>(EIU)이 최근 발표한 ‘2016년도 민주주의 보고서’ 표지.
<더 이코노미스트> 산하 연구·분석 기관 <더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젼스 유닛>(EIU)이 최근 발표한 ‘2016년도 민주주의 보고서’ 표지.
박근혜 대통령 집권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가 4년 연속 후퇴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영국의 경제 전문지 <더 이코노미스트> 산하 연구·분석 기관 <더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젼스 유닛>(EIU)은 최근 발표한 ‘2016년도 민주주의 보고서’에서 한국을 비롯한 세계 167개 국가의 민주주의 수준을 분석했다. 10점 척도에 따라 ‘온전한 민주주의’(8~10), ‘불완전한 민주주의’(6~7.99), ‘혼형 민주주의’(4~5.99), ‘독재주의’(0~3.99) 등으로 분류해 각국의 민주주의 수준을 평가한 이 연구에서 한국은 7.92점을 받으며 2015년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불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로 꼽혔다. 국가별 순위를 보면, 노르웨이가 9.93점으로 167개 국가 가운데 1위에 올랐다. 아이슬란드(9.50점), 스웨덴(9.39점), 뉴질랜드(9.26점), 덴마크(9.20점), 캐나다(9.15점), 아일랜드(9.15점), 스위스(9.09점), 핀란드(9.03점), 오스트리아(9.01점)가 뒤를 이었다. 노르웨이는 2010년부터 7년 연속으로 이 보고서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24위였다.

한국은 같은 발표에서 2012년 8.13점, 2013년 8.06점, 2014년 8.06점 등을 유지하며 ‘온전한 민주주의’ 국가 등급을 받았지만, 2015년 7.97점으로 추락하면서 처음 ‘불완전한 민주주의’ 국가가 됐다. 2016년도에는 7.92점으로 더욱 하락했다. 2015년 11월 백남기 농민이 1차 민중총궐기 참여 도중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중태에 빠졌다가 이듬해 9월 결국 숨진 사건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세부적인 지표에서도 한국의 민주주의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선거 과정과 다양성 △시민의 자유 △정부의 기능 △정치적 참여 △정치 문화 등 5가지 세부 척도를 바탕으로 평가를 진행한 이번 연구에서 한국은 ’시민의 자유’ 영역에서 8.24점을 기록하며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이 점수는 현재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우경단에 의해 참혹한 사건이 줄을 잇고 있는 필리핀과 같다.

EIU 민주주의 보고서는 167개 대상국 가운데 한국의 정치 상황과 불완전한 민주주의 수준에 대한 지적에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보고서는 ’2016년 엘리트 정치에 대한 불만으로 진보정당 지지자들이 일어섰다. 한국 사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부패 정치가 이뤄졌고, 결국 국회가 탄핵 심판대에 박근혜 대통령을 올려놨다’며 ‘박 대통령에 대한 불만은 이미 2016년 4월에 실시된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당 참패를 통해 드러났고 결국 여소야대의 국회 정국으로 연결됐다’라고 밝혔다. 또 ‘이 불만은 특히 비정규직에 종사하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확산했으며, 젊은 유권자들을 적극적으로 투표하게 만들었다. 이 정국이 계속될 경우 국가 전체의 정치 상황은 더욱 역동적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IU 발행 ‘2016년도 민주주의 보고서’ 도표 바로가기)

한편 북한은 조사 첫해인 2006년부터 지금까지 이뤄진 모든 민주주의 지수 조사에서 늘 최하 점수를 기록했다. 올해에도 1.08점을 받으며 세계 최악의 독재 국가로 꼽혔다. 이 지수는 내전을 벌이고 있는 시리아(1.43점)보다도 낮다.

■7년 연속 1등 노르웨이와 추락하는 한국의 차이는?

그렇다면 7년 연속 민주주의 1등 국가로 꼽힌 노르웨이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만한 이유가 있다.

‘노르웨이 재외 학생회’ 한국지부 대표를 맡고 있는 대학원생 헬레나 루드씨는 <한겨레>와의 서면 및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과 노르웨이의 정치 체제 차이에 대해 말했다. 정치 체계를 보면, 한국은 제왕적 대통령 중심제를 취하고 있는 반면, 노르웨이는 의원내각제를 택하고 있고 ‘광역선거구제’와 ‘정당명부제’를 통해 국회의원을 선출한다. 유권자들은 거주 지역의 이해관계보다 정당의 정책을 보고 투표한다. 그러면 정당별 추천 비례대표가 차례로 의원직에 오른다. 그 결과 지금 노르웨이에서는 8개 정당이 국회에 등록되어 있다. 일부 정당이 국회 의석 과반수를 차지하긴 어려운 구조다.

이런 구조에선 소수 정당이 자주 ‘캐스팅 보드’를 쥘 수 있다. 루드씨는 “일부 국민이 주장하는 소수 의견도 입법 과정에 반영하는 협력의 정치를 한다. 그래서 사회적, 인종적, 문화적 다양성이 존재할 수 있고 모두가 동등한 대접을 받게 된다. 한국에서의 경험과 비교해보면 확실히 노르웨이에서는 특정 지위를 기반으로 한 권한과 권력에 덜 집중한다. 그리고 나이나 사회 속 지위와 상관없이 서로를 존중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당제가 운영되는 건 그만큼 사회에서 다양성이 존중받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세계적인 대의 민주주의 위기도 관건

세계적인 대의 민주주의의 위기도 관건이다. 2006년부터 올해까지 9차례 이뤄진 EIU 민주주의 보고서의 올해 제목은 ‘악행의 복수’다. 정치 엘리트와 시민들 사이의 단절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을 ‘악행’으로 정의하고 대의 민주주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발생하고 있는 문제들에 초점을 두고 작성됐다. 보고서는 이 문제가 시민들의 민주주의 성숙도와 상관없이 세계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 등이 대의 민주주의를 불신하는 시민들의 ‘복수’라고 정의했다. 루드씨는 “노르웨이 사람들은 모두가 동등한 지위로 민주주의를 함께 구성하고 있다고 믿는다. 정치인들도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엘리트라고 생각 안 한다. 그들 역시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한명의 시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옴부즈맨 제도를 통해 정기적으로 노르웨이의 정치가들을 직간접적으로 점검하고 대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정치학)도 “짧은 선거운동 기간에만 시민이 주인이 되고, 그 이후에는 대리인이 주인이 된다. 의회에서는 승자 독식의 문화가 나타난다. 심지어 소선거구제에서도 계파 공천이 있다”며 “최순실씨가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누리당) 공천에 관여했다. 정치 체계를 바꾼다고 ‘반짝 주권’ 등의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시민들이 직접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직접민주주의 공간을 넓혀야 한다”며 “한국에서 실제 주권자가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은 제도상에 거의 없다. 대통령이 국민투표를 제한하고 있고, 국민소환도 중앙정치에서 실제로 허용되지 않는다. 시민의 정치 참여는 완전히 봉쇄돼 있는데, ‘정치가 과잉’이라는 말은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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