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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유럽의 반감 부채질한 트럼프의 ‘오만 외교’

등록 2017-05-29 16:08수정 2017-05-29 21:54

NATO·G7 정상회의에서 유럽과 무역·안보 등 이견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오만한 태도 겹쳐 반감 커져
<슈피겔> “도널드 트럼프를 제거해야 할 때” 주장
이탈리아 타오르미나에서 열린 G7 정상회담에 참석한 정상들이 26일 기념사진을 찍으러 모였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사이에 두고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타오르미나/AP 연합뉴스
이탈리아 타오르미나에서 열린 G7 정상회담에 참석한 정상들이 26일 기념사진을 찍으러 모였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사이에 두고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타오르미나/AP 연합뉴스
지난 3월17일 미국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란히 앉아 취재진의 사진 촬영에 응했다. 웃는 표정으로 얘기를 나누며 악수하는 게 일반적인데, 두 사람은 멀뚱멀뚱 앞만 보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한두 마디씩 답했다. 트럼프는 잔뜩 찌푸린 얼굴이었다. 취재진이 악수하라고 요청하고, 메르켈이 “악수하실래요?”라고 물었지만, 트럼프는 찌푸린 얼굴로 앞만 응시한 채 나 몰라라 했다. 외교적 무례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악수하자는) 말을 듣지 못했다”고 둘러댔다.

당시 이 장면이 미국과 유럽의 관계를 예고한다는 평가가 많았다. 유럽의 중심국인 독일은 격분했다. 시사 주간 <슈피겔>은 지난 19일 ‘도널드 트럼프를 제거해야 할 때’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미국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세계에 위협이 되는 트럼프를 백악관에서 빨리 끌어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도덕하고, 거짓말쟁이에 사기꾼, 인종주의자”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나라의 권좌에 “미숙한 아이”가 앉아 있다며, 아이는 아이 방으로 돌려보내고 어른들이 권력을 다시 잡아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에 대한 이런 적대감은 ‘미국 우선주의 정책’뿐 아니라 그가 외교 무대에서 보이는 오만함에도 기인한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28일 “다른 나라들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시대는 지나갔다”는 메르켈의 언급이 트럼프의 재앙과도 같은 유럽 방문을 잘 설명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지난 25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동맹에 대한 중요성은 제쳐놓고 회원국들에게 방위비를 더 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정상회의 뒤 단체사진을 찍을 때는 앞서 걸어가던 두스코 마르코비치 몬테네그로 총리를 언짢은 표정을 지으며 확 밀치고는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옷매무새를 만지는 모습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면서 거센 비판을 받았다. 27일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마친 뒤 기념사진 촬영장소인 원형경기장으로 이동할 때도 다른 나라 정상들은 600여m의 길을 함께 걸으며 얘기를 나눴으나, 트럼프는 혼자 전동 골프 카트를 타고 갔다. 트럼프의 이런 안하무인 태도가 기후변화와 무역, 안보 등을 둘러싼 유럽과의 의견 차이에 더해 유럽의 반감을 부채질하고 있다.

그러나 미 정부의 고위 관리는 안보와 무역 문제 등의 이슈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많은 이들의 사고방식을 변화시켰다”고 주장한다고 <뉴욕 타임스>는 28일 전했다. 미국과 유럽이 서로 접점을 찾기보다는 간극을 키우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25일 트럼프를 처음 만나 강렬하게 악수를 해 화제가 됐다. 마크롱은 트럼프가 손을 놓으려 하자 다시 한번 움켜쥐었는데 트럼프의 손가락 관절 마디가 하얗게 변할 정도였다. 둘은 서로 응시하며 6초가량 악수했다. 마크롱은 28일 프랑스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그 악수는 순수한 것은 아니었다. 진실의 순간이었다”며 “비록 상징적인 것일지라도 작은 양보도 하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에 ‘진실의 순간’이 닥쳤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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