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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미 도시들 “트럼프 미친 행동”…국제사회 “미국이 불량국가”

등록 2017-06-02 16:13수정 2017-06-02 22:16

파리기후협정 탈퇴 결정

“독자적 협정이행” 탈퇴에 저항
워싱턴·뉴욕주 등 ‘기후 동맹’ 결성
테슬라·디즈니 CEO “자문위 탈퇴”
오바마도 “미래 거부하는것” 비판

세계 각국도 강력 비판
독·프·이 3개국 “미 빠져도 협정 지속”
전 아일랜드 대통령 “미국이 불량국가”
미 실제탈퇴, 규정따라 3년 이후 가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파리기후변화협정을 탈퇴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파리기후변화협정을 탈퇴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각) 파리기후변화협정(파리협정)에서 탈퇴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미국 내부와 국제사회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 주정부들과 기업들은 탈퇴 발표와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파리협정을 이행해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파리협정을 자신의 업적으로 내세우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트럼프의 기자회견 도중 성명을 내 “미래를 거부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미국의 리더십이 없어도, 행정부가 미래를 거부하는 한 줌의 국가들에 합류하더라도, 우리 주정부들과 도시들, 기업들이 앞으로 나아가 미래 세대를 위해 하나뿐인 지구를 보호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오바마 행정부는 2025년까지 파리협정 이행을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보다 26% 줄이고 녹색기후기금에 최대 30억달러의 분담금을 내기로 약속한 바 있다.

미국 정보기술(IT)기업들은 물론 에너지기업들도 트럼프를 비판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와 디즈니 최고경영자 로버트 아이거는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대통령 자문위원회를 떠난다. 기후변화는 현실이다. 파리협정 탈퇴는 미국과 세계에 좋지 않다”고 트위터에 썼다. 아이비엠(IBM)과 아마존 등도 잇따라 비판 성명을 냈다.

기후변화협정이 부담스러울 듯한 에너지기업들도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최대 석유업체 엑손모빌은 앞서 “미국이 파리협정의 일원으로 남아 있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서한을 백악관에 보냈다. 제프 이멀트 제너럴일렉트릭(GE) 최고경영자도 트위터에 “실망했다”며 “기후변화는 현실이다. 이제 산업계가 이끌어야 하고 정부에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일부 주와 도시, 기업들은 독자적으로 협정을 준수하고 온실가스 감축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에 대한 실망이 광범위한 불복종운동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미국 언론들은 주지사 3명과 시장 30여명, 대학 학장 80여명, 기업 100여곳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이행계획을 독자적으로 유엔에 제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를 총괄하는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낼 서한의 초안에서 “비정부 행위자들”이 미국이 자체 설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캘리포니아·워싱턴·뉴욕 주지사는 ‘미국 기후 동맹’을 결성했다.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트럼프는 완전히 잘못된 길을 선택했다. 캘리포니아는 미친 행동에 저항하겠다”고 했다.

트럼프의 결정에 민주당은 격렬하게 반발하지만, 공화당은 대체로 반기고 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에 찬사를 보낸다”고 말했다. 백악관에서는 극우주의자인 스티븐 배넌 수석전략가와 스콧 프루잇 환경보호청 청장이 탈퇴를 강하게 주장한 반면,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이방카 트럼프 부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잔류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는 트럼프의 결정을 맹비난하며 파리협정 준수를 다짐했다. 독일·프랑스·이탈리아 3개국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미국의 지지가 없더라도 협정을 계속 이행하고 추진하겠다”고 했다. 트럼프가 언급한 재협상은 불가하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다른 각국 정부들도 실망감과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도 논평을 내어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했다. 유엔 기후변화 특별대사를 지낸 메리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은 “미국을 국제사회의 불량국가(rogue state)로 만드는 조처”라고 비난했다. ‘불량국가’는 미국이 북한을 욕할 때 쓰는 말이다.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한 북한과 195개국이 서명한 파리협정을 버린 미국이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한 셈이다. 지금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중국에 밀리지만 산업혁명 이후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해 지구 환경을 망친 나라가 미국이라는 점에서 그만큼 배신감이 크다. 유엔은 최악의 경우를 상정할 때 미국의 탈퇴로 이번 세기에 지구 기온이 0.3도 추가 상승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탈퇴했다고 파리협정이 쓸모없는 약속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의 감축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은 낮아지게 됐다. 미국의 탈퇴가 저개발국들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약화시킬 수 있고, 추가 탈퇴국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파리협정은 발효(2016년 11월4일)된 지 3년이 지나야 탈퇴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어 2019년 11월까지는 탈퇴가 불가능하다. 또 1년 동안의 탈퇴 통지 기간이 있어 실제로 탈퇴가 이뤄지려면 다음 미국 대선이 예정돼 있는 2020년 11월3일 다음날인 11월4일 이후에나 가능하다. 기후변화가 차기 대선에서 핵심 이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미국 언론들은 평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기후변화협약 파리협정은…

유엔기후변화협약 파리협정은 2020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하는 국제사회 기후변화 대응 체제의 기본 틀이다. 2015년 12월12일 프랑스 파리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회의에서 채택돼, 지난해 11월4일부터 발효되고 있다. 세계 195개국이 서명했고, 이 가운데 한국을 포함한 147개 나라가 협약 사무국에 비준서 기탁을 마친 상태다.

그 뿌리는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기후변화협약에 있다. 이 협약에서 각 나라는 ‘공통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에 따라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을 원칙으로 천명했다. 1997년 일본 교토에서는 기후변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줄이는 계획을 담은 교토의정서가 채택됐다. 하지만 교토의정서는 2012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 배출량보다 평균 5.2% 강제 감축하는 의무를 선진국들한테만 부과한데다, 당시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의 불참으로 처음부터 한계를 안고 출발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2007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교토의정서 후속체제를 협상하자는 이른바 ‘발리 로드맵’을 채택했고, 이후 여러 차례 힘든 고비를 넘겨가며 어렵게 만들어낸 결실이 파리협정이다.

파리협정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되, 온도 상승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추구해야 한다”는 장기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개발도상국은 물론 최빈국까지 포함한 모든 협정 당사국이 자국의 역량 수준에서 최대한 의욕적인 감축 기여계획(NDC)을 세워 협약 사무국에 제출하고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도록 했다. 각 나라의 감축 계획을 5년마다 재검토해 점차 강화해 나간다는 것도 협정문에 담겼다.

파리협정 체결 직전 한국은 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새 기후체제 기여계획으로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 배출량 전망치(BAU) 대비 37%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정부가 산정한 2030년 배출량 전망치 8억5060만tCO₂-e(이산화탄소상당량톤)을 적용하면, 2030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5억3590만t 이내로 억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감축 부담을 줄이려는 산업계의 반발에 밀려 감축량의 3분의 1가량을 국제 탄소시장을 통해 조달하겠다는 단서를 붙여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국민과 국외로 떠넘기는 것이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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