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윤(사진)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17일(현지시각) 오후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한겨레>와의 인터뷰를 통해 “‘60일 조건’은 있었던 적이 결코 없다. 그동안 있었던 조건은 북한이 ‘대화를 원하기 때문에 (핵·탄도미사일) 시험을 중지하겠다’고 말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윤 특별대표는 인터뷰에 앞서 한-미가 “여러 방식으로 아주 강력한 협의와 조율을 함께 하고 있다”며 “평창 겨울올림픽과 관련해 남북 사이에 아주 중요한 회담들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이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한-미는 남북회담과 관련해 아주 긴밀히 조율하고 있다. 새해에 좋은 출발을 하게 돼 기쁘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한국이 지난 9월 유엔 세계식량계획(WFP)를 통해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고 했지만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의 대북 인도지원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무엇인가?
“인도적 지원은 제재 대상에서 항상 제외돼 왔다. 따라서 순수한 인도적 차원의 관점에서 어떤 것을 할지는 각국에 달려있는 것이다. 미국도 몇몇 민긴단체들이 의학적 도움 등을 (북한에) 제공하고 있다. 인도적 지원을 실행하는 것은 정말로 한국 정부에 달려 있는 것이다.”
-백악관에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관측도 있었다.
“미국이 부정적인 반응을 얘기한 것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 사적으로 듣는 것을 너무 믿지마라.”
-북한이 일정기간 핵 및 탄도미사일 시험을 멈춘다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평양도 방문할 수 있다는 계획은 여전히 유효한 것인가?
“틸러슨 장관은 항상 신뢰할 수 있는 대화에 열려있다고 말해왔다. 어떤 형태가 신뢰할 수 있는 대화인지는 모른다. 그것을 제시하는 것은 북한 쪽에 달려 있다. 기본적으로 이제 북한이 응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60일 도발 중지’라는 조건도 그대로인가?
“‘60일 조건’은 있었던 적이 결코 없다. 그동안 있었던 조건은 북한이 ‘대화를 원하기 때문에 (핵·탄도미사일) 시험을 중지하겠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60일이든 90일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북한은 ‘대화를 원하므로 핵 및 미사일 시험을 중지하겠다’고 말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시험을 멈추겠다고 하면 틸러슨 장관이 북한 쪽 사람들을 만날 수 있나?
“진지하게 고려해 봐야 하는 것이지만, 좋은 첫 단계가 될 것이다.”
-이른바 ‘뉴욕 채널’은 여전히 잘 작동하고 있는가? 미국의 그런 구상을 북한에 전달했는가?
“뉴욕채널을 통해 정기적으로 연락을 한다. 뉴욕채널은 일종의 ‘메시지 센터’다. 따라서 우리가 그 채널을 통해 말하는 것이 평양에 전달될 것으로 확신한다. 뉴욕 채널은 잘 돌아가고 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가시적인 결과물이 없으면 ‘평창 이후’에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올림픽으로 조성된 동력을 유지할 수 있는 계획이 있는가?
“우리는 진지한 대화에 열려있다고 분명히 말해왔다. 북한이 우리의 제안에 의미있는 응답을 한다면 좋을 것이다. 나도 뭔가 이뤄져서 북한이 진지하고 신뢰할 수 있는 대화 테이블로 나올 수 있기를 희망한다.”
-평창 올림픽의 동력을 살리기 위해 한-미 연합훈련 규모를 축소하거나 훈련 내용을 조정하자는 주장이 있다. 가능하다고 보는가?
“우리가 무엇을 할지, 안할지에 대해 드러내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그 질문에 대답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동결 대 동결’(쌍중단: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과 한-미 연합훈련의 동시 중단)은 미국 입장에선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은 분명히 해왔다.”
-한국이 북핵문제의 돌파구를 위해 북한에 특사를 보낸다면 미국 쪽이 수용할까?
“돌파구가 있다면, 북한이 ‘한국 말이 맞아, 앞으로 핵무기를 없앨거야’라고 말한다면 미국이 왜 수용하지 않겠냐. 그것은 환상적인 일이다. 그러나 그런 일이 일어날까.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벤쿠버 회의에 가는 비행기 안에서 현재 미국의 초점은 북한의 핵 및 탄도미사일 시험을 동결하는 것임을 암시했다. 미국의 첫번째 목표는 핵·미사일 시험 동결인가?
“모든 사람이 이것(비핵화)이 긴 과정이 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또한, 모든 사람이 첫번째 단계는 핵·미사일 시험을 동결하는 것일 수 있다고 인정한다. 시험 동결에서 시작해 개발을 멈추게 하고, 사찰단을 보내고, 불능화에 이어 폐기와 비핵화를 시작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이런한 단계들을 이해하고 있고, 가장 첫번째 단계는 동결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뉴욕 타임스>는 미군이 조용히 북한에 대해 전쟁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고, B-52와 B-2를 괌에 배치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과 북한에 어떤 신호를 보내려는 것인가?
“그건 비밀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부터 장관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이 항상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말했다. 모든 옵션에는 군사옵션도 포함된다. 하지만,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 그리고 매티스 장관을 포함해 모든 사람들이 평화적인 해결을 원한다고 말해왔다. 그것은 아주 일관돼 있다. 우리는 평화적인 해결책을 원하지만 모든 옵션이 테이블에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것이 아니다.”
-평창 겨울올림픽과 관련한 남북 대화가 미국의 ‘최대의 압박’ 정책을 손상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동의하지 않는다. 그것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강경화 외교장관은 압박 공세가 결과를 내기 시작했으므로 북한이 비핵화를 시작할 때까지 유지해야 한다고 반복해서 말했다. 그런 입장들은 한국 정부의 최고위급에서 나온 것이다.”
-외교적 접근을 통해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물론이다. 많은 노력과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많은 나라가 한 것처럼, 북한이 궁극적으로 비핵화를 할 것이라고 정말로 믿는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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