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2일(현지시각) 연간 600억달러(약 64조7820억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자, 중국은 23일 30억달러어치의 미국 제품에 보복관세를 매기겠다고 발표했다. 경제·군사력 우위를 바탕으로 패권국 지위를 유지하려는 미국과 이에 도전하는 중국이 ‘무역 전쟁’을 넘어 본격적 패권 경쟁으로 치달을 조짐을 보이자 세계 증시가 폭락하며 위기감을 표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대규모 무역 규제를 담은 ‘중국의 경제적 침략에 대응하는 대통령 각서’에 서명했다. 600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1300여 품목의 후보군을 선정했으며 15일간 기업들의 의견을 청취해 대상을 정하기로 했다. 정보기술(IT) 기업 합작회사 형태로 미국의 기술을 빼돌리는 것을 막기 위해 재무부가 60일 안에 중국의 대미 투자 제한 계획도 마련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서명한 ‘중국의 경제침략에 대응하는 대통령 각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각서 서명식에서 “중국은 기술 이전을 강요하고 사이버 도둑질을 했다”며, 무역법 제301조에 의한 보복 이유를 설명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해 8월부터 조사한 중국의 “기술 도둑질”로 인한 미국 피해 사례 보고서로 그 근거를 제시했다. 여기에는 미국 업체들이 중국에서 합작법인을 만들 때 중국으로의 기술 이전을 강제당하고, 중국 해커들이 미국의 기술을 탈취해왔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자국에 대한 역대 최대 규모의 ‘관세 폭탄’에 중국 정부는 일방주의와 보호주의를 좌시하지 않겠다며 보복을 공언했다. 23일 상무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조만간 미국과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30억달러에 이르는 미국산 철강·돼지고기 등 128개 품목에 15~25%의 보복관세를 매기겠다고 맞받았다. 또 “미국은 벼랑 끝에서 달리는 말의 고삐를 붙잡고 정책 제정에 신중을 기하기를 희망한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관세 폭탄’으로 중국을 맹공하는 한편 동맹국들에는 관세 잠정 유예 카드로 줄 세우기를 하고 있다. 미국은 22일 한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 25%를 4월말까지 일시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과 연계하겠다는 뜻이며, 유럽연합(EU)·캐나다 등에 이어 동맹국에 대한 압박과 배려이기도 하다. <뉴욕 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가 사실상 한 국가, 중국을 겨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미국은 대만 문제를 놓고도 중국과 날을 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16일 미국과 대만의 고위급 교류를 촉진하는 대만여행법에 서명하자, 중국은 20일 랴오닝 항공모함 전단을 대만해협에 진입시키며 반발했다. 미국은 이튿날 알렉스 웡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를 대만에서 열린 미국상공회의소 행사에 참석시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최근 대만 문제에 관해 “중국 인민은 어떤 국가 분열 행위도 굴복시킬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1·2위 대국(G2)이 조성한 긴장감으로 세계 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22일 미국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2.93% 하락했다. 23일 한국 코스피지수는 3.18% 폭락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3.39%,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4.51%나 폭락했다.
전정윤 기자, 워싱턴 베이징/이용인 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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