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30일 모로코의 수도인 라바트의 한 자선센터를 방문해 한 이민자 어린이와 악수하고 있다. 그는 이날 “모든 신자가 종교적인 광신과 극단주의에 대항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랍권 국가를 방문하는 것은 올 들어 벌써 두번째다. 라바트/로이터 연합뉴스
“예루살렘은 기독교도와 유대인, 무슬림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상징이 돼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30일 모로코에서 종교 간 대화와 형제애를 강조하고, 난민들을 품어안을 것을 호소했다고 <바티칸 뉴스> 등이 31일 보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슬람협력기구 의장인 모하메드 6세 모로코 국왕의 초청으로 현지를 방문해 환담한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오랜 분쟁 지역인 예루살렘에 대해 “인류의 공동 유산이며, 특히 3대 유일신 종교 신자들에게 그렇다”고 밝혔다. “예루살렘의 특별한 다종교성과 영적 자산, 문화적 정체성은 보호받고 고취돼야 한다”는 것이다.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해 중동의 갈등에 기름을 끼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몇몇 나라들의 비슷한 움직임을 경계한 것으로 풀이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특히 “모든 신자들이 연대해 종교적 광신과 극단주의에 맞서는 것은 필수적”이라며 “테러리스트들의 공통점은 종교적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제는 종교가 더는 무지와 불관용의 알리바이가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앞서 모로코 국왕이 마련한 환영식에서 전세계 난민과 이주자들에 대한 전향적 태도를 촉구했다. 그는 “자신과 가족의 더 나은 삶을 열망하는 이주자들에 대해 장벽을 세우고 공포를 조장하고 지원을 거부하는 것으로 이주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고 짚었다. 교황은 “진정한 평화는 경제적 불평등과 정치 불안을 바로잡는 사회 정의에서 온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이후 줄곧 종교 간 화합과 이주·난민들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보여왔다. 앞서 2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슬람국가인 아랍에미리트연합을 방문해 “(나의 방문은) 종교 간 관계의 역사에서 새 페이지를 여는 것”이라며 “종교가 다르더라도 우리 모두는 형제자매라는 것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역대 교황 중 이슬람의 발원지인 아라비아반도를 방문한 것은 그가 처음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