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밤 걸프 해역에서 외국 유조선 1척과 선원 7명을 억류했다고 4일 발표했다. 미국은 걸프 해역과 오만해를 연결하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들을 보호하기 위해 전세계가 참여하는 ‘호르무즈 호위 연합체’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이란 국영 텔레비전 화면이다. EPA 연합뉴스
일본이 미국 주도로 추진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의 ‘호위 연합체’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산케이신문>이 6일 보도했다. 반면, 영국은 유럽국가 중심의 별도의 호위체 창설 방침을 접고 미국 주도의 연합체에 참여하기로 했다.
<산케이신문>은 이날 미국 주도의 ‘호위 연합체’ 구상에 참여하는 데는 법적 장애가 있고 이란과의 관계 악화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자위대 단독으로 경계 감시와 정보수집 등을 통해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 일본 정부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에 자위대를 보낼 경우 군사 충돌에 직접 휘말릴 가능성이 있는 호위함(구축함) 같은 함선은 피하는 대신에, 해상자위대의 P3C 초계기 등을 파견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P3C 초계기를 통해 공중에서 수집한 정보를 미국이나 연합체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기여하겠다는 뜻이다. 파견 지역으로는 호르무즈 해협 외에 해적 대응 임무를 수행하는 자위대가 기지를 두고 있는 아프리카 동부 지부티 인근의 바벨만데브 해협이 함께 검토되고 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주도하는 호위 연합체에 참가하면 이란과의 관계가 손상돼 오히려 에너지 안보가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원유 수입의 90%가량을 중동 지역에 의존하는 일본 입장에서 미국 측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초계기 파견은 이런 미국의 요구에 ‘모양새’만 갖추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란과의 갈등 고조를 우려해 미국과 거리를 두며 유럽국가 중심의 별도 ‘호위 연합체’를 제안했던 영국은 미국 중심의 연합체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외신들이 이날 보도했다.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에 부담을 느낀 듯 영국의 안보 소식통은 미국 주도의 연합체 참여는 선박의 안전한 항행에 초점을 둔 것으로 미국의 이란 제재에 동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용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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