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릭 페리 미국 에너지장관, 피오트르 나임스키 폴란드 전략에너지인프라 장관, 올렉산드르 다닐류크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회의 장관이 가스공급 확보를 위한 협정에 서명하고 있다. 바르샤바/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유럽 쪽으로 전략적 공간의 확대를 꾀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는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폴란드와의 경제 및 안보적 유대관계를 부쩍 강화하고 있다. 폴란드는 서유럽과 러시아 영향권 사이에 끼어 있는 지정학적 위치에 있는데다, 러시아의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와도 국경을 접하고 있다.
미국이 폴란드 및 우크라이나에 액화천연가스(LNG·엘엔지) 공급을 보장하기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31일 보도했다. 릭 페리 미국 에너지장관은 이날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폴란드 및 우크라이나 관리들과 회동한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폴란드가 러시아산 가스에 대한 의존을 줄이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겨울철 난방용 등으로 사용하는 엘엔지의 대부분을 러시아로부터 구매해왔다. 그러나 엘엔지 공급을 러시아에만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가격 협상이나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위험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런 이유로 폴란드는 러시아의 국영 가스회사인 가스프롬과 장기 계약이 끝나는 2022년 이후 러시아산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조처를 취해왔는데, 이번에 미국과 적극적으로 손을 잡은 셈이다. 미국도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원유 및 가스 생산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이들의 수출길을 모색해온 터라, 이번 합의는 양쪽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미국과 폴란드는 폴란드에 증파되는 미군이 주둔할 새 기지 6곳에 합의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폴란드에 순환배치 형식으로 주둔하는 4500명의 미군에 더해 1천명가량을 증원하기로 양국이 지난 6월 합의한 데 따른 후속 조처라고 할 수 있다. 러시아의 ‘서진 전략’과 미국의 ‘동진 전략’이 폴란드에서 첨예하게 맞부딪히는 모양새다.
이용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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