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이탈리아 베네치아주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3대 카니발에서 한 참가자가 방역마스크를 쓰고 있다. 베네치아/로이터 연합뉴스
한국과 이탈리아, 이란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대규모 코로나19 감염 사태가 발생하면서,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이 통제하기 어려운 변곡점으로 다가서고 있다는 영국 전문가들의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 권위자인 영국의 폴 헌터 이스트앵글리아대학 교수는 23일(현지시각) <가디언>에 “글로벌 팬데믹(대유행)을 막을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이 모든 바닥난 뒤에 찾아오는 ‘변곡점’이 지난 24시간 이후 상당히 더 가까워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각국 방역 당국의 억제 노력보다 더 빠르다는 근거에서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도 지난 21일 언론브리핑에서 “억제를 위한 기회의 창이 점점 닫히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헌터 교수는 중국에선 발병이 줄어들고 있지만, 주말 동안 “다른 곳에서 극도로 우려할만한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며, 한국에서의 급증 사례는 전례가 없는 일이고, 순식간에 확진자가 150명을 넘어선 이탈리아에서도 “며칠 동안 상당수 사례가 더 확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수리 전염병 분야 연구원인 로빈 톰슨 박사도 이탈리아 확진 사례가 지난 21~22일 이틀간 배증했다며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병의 중요한 단계”라고 짚었다.
영국 에든버러대 의대의 데비 스리드하르 교수도 이날 <에이피>(AP) 통신에 “지난 48시간 동안 코로나19 발생의 방향성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고 진단했다. 스리드하르 교수는 “이탈리아와 한국, 이란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세계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며 “세계보건기구와 회원국들은 억제에서 완화로, 즉 부정적 영향을 감소하는 쪽으로 (코로나19 대책의) 전환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용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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