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또 폭락한 1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관계자가 괴로운 듯 손으로 이마를 받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미국 뉴욕증시가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에 대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과 미국의 유럽발 입국 금지 등의 여파로 12일(현지시각) 대폭락을 이어갔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987년 ‘블랙 먼데이’(검은 월요일) 이후 최악의 폭락을 기록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9.99%(2352.60포인트) 하락한 2만1200.62로 마감했다. 이는 1987년 블랙 먼데이 때 22% 이상 폭락한 뒤 하루 사이 가장 큰 낙폭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도 전장보다 9.51%(260.74포인트) 추락한 2480.64으로 장을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도 9.43%(750.25포인트) 떨어진 7201.80로 마감했다. 지난 9일에 이어 이날 오전 개장 직후 15분간 거래가 중단되는 ‘서킷 브레이크’가 또 발동됐다.
증시 폭락을 주도한 것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항공과 크루즈 관련주였다. 미 항공사인 유나이티드항공은 25%, 델타항공은 21%, 스피릿항공은 33% 폭락했다. 로얄캐리비언 크루즈도 32% 내려앉았다.
이는 전날 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을 선언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30일간 유럽행 미국 입국 금지’ 조처를 내리는 등 코로나19 관련 불안감이 증폭된 결과로 보인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영향을 받은 기업들에 저금리대출을 제공하도록 중소기업청에 지시하는 등 일부 경기 부양책을 제시하고, 이날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총 1조5천억 달러의 단기유동성을 12~13일 이틀에 걸쳐 시장에 추가로 공급한다고 발표했음에도 공포를 달래기엔 역부족이었다.
아이에이치티(IHT) 자산운용의 스티븐 더대시 회장은 <월스트리트 저널>에 “우리는 논리적이고 수학적인 접근을 벗어났다”며 “미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완전한 과잉대응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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