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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수감이냐, 석방이냐…‘코로나 팬데믹’에 교도소 방역도 비상

등록 2020-03-26 17:55수정 2020-03-27 02:47

과밀수용, 위생취약…“확산땐 재앙” 예방책
이란 8만5000명 가석방에 유럽·미국 합류
“징역형이 사형 될라”…격리수용 공간 확보
WHO, 교도소 방역 강화 촉구, 보건 지침
“코로나 사태 장기화땐 위험성 커질 우려”
지난 22일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의 한 교도소에서 수감자들이 “30명이 넘게 죽었다”고 쓴 깃발을 감방 밖으로 내걸었다. 이날 이 교도소에선 코로나19 확산에 두려움을 느낀 수감자들이 탈옥을 시도하다 폭동으로 번지면서 23명이 숨지는 참극이 일어났다. 보고타/AFP 연합뉴스
지난 22일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의 한 교도소에서 수감자들이 “30명이 넘게 죽었다”고 쓴 깃발을 감방 밖으로 내걸었다. 이날 이 교도소에선 코로나19 확산에 두려움을 느낀 수감자들이 탈옥을 시도하다 폭동으로 번지면서 23명이 숨지는 참극이 일어났다. 보고타/AFP 연합뉴스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각국이 교도소 수감자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교도소는 대표적인 다중 밀집시설인데다, 상대적으로 보건위생 환경이 열악해서다. 이미 여러나라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예방책으로 수감자 일부를 조기 석방하거나 귀휴자를 크게 늘리는 예외적 사법 조처까지 동원하고 있다.

그러나 범죄자 조기 석방이 자칫 또 다른 사회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중남미 일부 나라에선 코로나 감염 공포와 면회 제한에 불만을 품은 재소자들의 폭동이 속출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23일 세계보건기구(WHO)는 각국에 교도소 방역 대책 강화를 촉구하며, 수감자와 교도소 직원들을 위한 보건 지침까지 내놨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국가의 교정 행정까지 바꿔놓는 모양새다.

수감자 석방 카드를 가장 먼저 꺼내 든 나라는 이란이다. 이란은 지난 17일 페르시아력으로 새해 첫날이자 봄의 시작을 알리는 ‘노루즈’ 연휴를 앞두고 특별사면 1만명을 포함해 약 8만5000명의 수감자를 풀어주는 대규모 가석방을 단행했다. 당시 이란은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중국,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치솟은 상황이었다.

유럽과 북미 국가들도 수감자 조기 석방에 합류하고 있다. 독일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는 25일(현지시각), 형기 만료가 가까운 수형자 1000명을 석방하기로 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수감자 중 코로나19 감염자들을 격리 수용하기 위한 시설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단, 성폭력범과 폭력 성향의 수감자들은 석방 대상에서 제외된다.

프랑스도 대규모 석방을 추진하고 있다. 니콜 벨루베 법무장관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수감자 5000~6000명의 조기 석방 방침을 밝혔다. 잔여 수형기간이 2개월 미만인 기결수 중 모범수들을 석방한 뒤 보호관찰을 하겠다는 것이다. 강력범죄, 테러, 가정폭력범들은 제외된다. 프랑스에선 지난 17일 파리 근교의 한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74살 기결수가 코로나19에 감염돼 치료를 받다가 숨졌다.

지난달 2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 교도소에서 수감자들이 걷기 운동을 하고 있다. 25일 미국의 공익 변호사들은 연방법원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수감자 수천명의 석방을 요청했다. 새크라멘토/AP 연합뉴스
지난달 2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 교도소에서 수감자들이 걷기 운동을 하고 있다. 25일 미국의 공익 변호사들은 연방법원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수감자 수천명의 석방을 요청했다. 새크라멘토/AP 연합뉴스

미국 뉴저지주도 이날 수감자 석방을 시작해, 이번 주에만 수백명의 경범죄 수감자들을 내보낼 계획이라고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했다. 뉴저지주와 접경한 뉴욕시의 교정위원회도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에게 2000명 규모의 수감자 석방을 건의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도 지난주에 1000명의 수감자를 석방한 데 이어, 법무부와 변호사들이 추가 석방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모범수 등을 대상으로 한 석방 청문회를 더 활성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토론토의 한 변호사는 <로이터> 통신에 “징역형 선고가 어떤 수감자들에게는 사형 선고가 될 것이란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에선 수단과 에티오피아가 이날부터 순차적으로 대규모 가석방을 단행한다. 수단 정부는 25일 전국 교도소에서 4217명의 수감자 석방을 명령했다. 이날 수도 하르툼 인근 도시 오만드룸의 알후다 교도소에선 1차 석방자들이 감옥 문을 나섰다고 수단 관영 <수나>(SUNA) 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에티오피아 검찰총장은 국영 언론사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확산과 교도소 과밀 상태를 고려해, 26일부터 수감자 4011명을 조기 석방한다”고 밝혔다. 그는 석방 대상자들은 대부분 경범죄와 마약흡입자, 잔여 형기가 1년 미만 수형자라고 덧붙였다.

25일(현지시각) 멕시코 북부 치와와주의 한 교도소 작업실에서 수감자들이 코로나19 감염을 막으려 마스크를 착용한 채 재봉틀로 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치와와/로이터 연합뉴스
25일(현지시각) 멕시코 북부 치와와주의 한 교도소 작업실에서 수감자들이 코로나19 감염을 막으려 마스크를 착용한 채 재봉틀로 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치와와/로이터 연합뉴스

이밖에 영국, 폴란드, 이탈리아도 수감자 석방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25일 영국의 로버트 버클랜드 법무장관은 하원에 출석해 “코로나바이러스가 대부분 포화상태인 교도소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교도소는 생명 보호와 공공보호의 균형을 갖춰야 하며, 수감자 일부 석방이 ‘압력’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그는 “여성 임신부 수감자 50명의 석방 여부를 매우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약 9000명의 미결수를 가석방 범죄자 보호관찰 시설에 수용하는 방안을 내비쳤다.

그러나 치안이 불안정한 나라들은 수감자 석방이 ‘뜨거운 감자’다. 마약 카르텔 등 범죄 조직이 조직원 석방을 압박하거나, 일부 수감자들이 동종 범죄를 되풀이하거나 보복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코로나19 확산 사태의 조기 수습뿐 아니라, 교도소 여건의 개선이 더욱 절실한 이유다. 영국의 국제안보 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케이트 디첨 선임연구원은 <로이터> 통신에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고 심각해질수록 더 위험한 수감자들의 석방을 포함한 과감한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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