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한국시각) 한국의 총선 진행 상황을 보도하는 영국 <비비시>(BBC) 인터넷 기사. <비비시> 누리집 갈무리.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중에 무엇이 가능한지, 한국이 다시 한 번 입증하려 한다.”(영국 <비비시>(BBC) 방송)
“한국은 현 사태에서 어떻게 선거를 치러야 하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일간 <라스탐파>)
15일 진행된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향한 국외 언론의 관심이 뜨겁다. 코로나19 사태로 영국·프랑스·에티오피아 등 47개국 이상이 선거를 연기한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한국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 전국 규모의 선거를 치르는 것을 ‘부러움’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앞서 지난달 2일 이스라엘이 전국 단위 총선을 실시했다. 당시 이스라엘의 코로나19 확진자는 7명으로, 선거 연기를 고민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아니었다.
<비비시>는 한국 시각으로 15일 오전 8시 로라 비커 서울 특파원이 작성한 장문의 현장 기사를 통해 한국의 투표 진행 상황을 상세히 보도했다. 유권자들이 마스크를 쓰고 1m 이상 거리를 유지한 채 대기하다가, 체온을 재고 손을 소독하고 비닐장갑을 낀 뒤 부스에 들어가 투표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사람들이 투표하지 않아 투표가 연기될까 걱정했는데, 지금 투표소를 보니 걱정되지 않는다”는 젊은 여성 유권자의 인터뷰도 실렸다. <비비시>는 자가격리자 6만명과 군인들의 투표 과정도 소개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짧은 지연을 행복하게 참아내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에이피(AP)통신>은 이날 오후 5시 기준 투표율 62.6%로, 2004년 총선 이후 가장 높다며 “코로나 바이러스의 그늘 아래서도 한국이 놀라운 투표율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에이피통신>은 “한국의 총선은 일부 주가 대선 후보 경선을 연기하거나 우편 투표로 전환한 미국의 경선과 대조적”이라며 “총선을 예정대로 치르기 위해 보건 당국이 다양한 예방책을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다른 외신들도 코로나19 사태 속 주요국 가운데 처음으로 대규모 선거를 치르는 한국 상황을 비중 있게 다뤘다. 이탈리아 일간 <라스탐파>는 14일치(이하 현지시각) ‘한국, 마스크 쓰고 선거 치르는 국가’라는 제목의 지면 기사를 통해, 한국의 총선 투표를 조명했다. 이 매체는 “코로나19 비상 상황에서도 한국은 총선을 포기하지 않았다”며 “한국이 전 세계가 배워야 할 방역 모델이 된 것처럼, 현 사태에서 어떻게 선거를 치러야 하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미국 주간지 <타임>은 최근 “(한국의) 선거가 감염병 확산을 초래하지 않고 무사히 치러진다면, 미국 대선을 비롯한 다른 나라 선거에 하나의 지침이 될 것”이라고 주목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역시 “조만간 선거를 치를 미국과 홍콩, 싱가포르 정부는 한국의 실험적인 투표 방식을 모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시엔엔>(CNN)의 지난 13일 보도를 보면, 코로나19로 선거를 연기한 국가는 영국·프랑스·스리랑카·에티오피아 등 최소 47개국에 달한다.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가 예정된 미국은 15개 이상 주에서 대선 후보 경선이 연기됐다. 영국·프랑스 등은 지방선거를 미룬 상황이다. <시엔엔>은 “지금까지 한 번도 선거를 연기한 적이 없는 한국에서는 코로나19 역시 선거 연기의 이유가 되지 못했다”며 “많은 유권자가 선거를 예정대로 치르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