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 트위터에 이어 모바일 메신저 스냅챗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콘텐츠에 대한 홍보를 하지 않기로 했다. 최근 흑인 사망 항의 시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 차별적 발언이 계기가 됐다.
미국 <시엔엔>(CNN) 등 보도를 보면, 스냅챗 모기업인 스냅은 3일(현지시각) 성명을 내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콘텐츠를 ‘디스커버’ 플랫폼에 소개하지 않고 있다. 인종 폭력과 불의를 선동하는 목소리를 증폭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스냅은 지난달 30일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백악관 근처로 접근한 시위대를 향해 ‘가장 사나운 개’와 ‘가장 험악한 무기’를 만났을 것이라며 위협적인 발언을 한 이후 이런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스냅챗은 ‘디스커버’라는 항목에 유명인이나 정치인, 언론사 등의 영상 콘텐츠를 뽑아 노출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콘텐츠도 이 부문에 종종 노출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스냅챗에 올린 콘텐츠 중 최근 흑인 사망 시위와 관련한 인종 차별적 발언 등은 아직 담기지 않았지만, 스냅챗은 제재를 결정했다. 앞서 스냅 최고경영자(CEO) 에반 스피겔은 지난 1일 회사 누리집에 쓴 글에서 인종 차별을 비판하면서 “우리는 미국에서 인종적 폭력을 선동하는 사람들과 연관된 계정을 홍보할 수 없다. 그들이 우리 플랫폼 안에서 활동하든, 밖에서 하든 상관없다”고 말했다. 2011년 미국에서 설립된 스냅챗은 사진이나 영상 등을 공유하는 모바일 메신저 앱으로,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 사용자가 2억3천만명에 이른다.
트럼프 대통령 쪽은 ‘대선 조작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브래드 파스케일 트럼프 선대 본부장은 이날 성명을 내어 “(스냅챗이) 2020년 선거를 조작하려 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한다”고 비판했다.
미국 대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소셜 미디어와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트위터는 지난달 말 ‘약탈이 시작되면 발포가 시작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트가 “폭력을 미화하는 행위”라며 해당 트위트를 보이지 않도록 조처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부적절한 트위트에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반면, 페이스북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에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어, 회사 안팎의 비판에 직면해 있다. 페이스북 초기 직원 33명은 이날 공개 서한을 통해 “페이스북은 중립적이지 않고, 중립적인 적도 없었다. 사실확인은 검열이 아니다. 입장을 재고해 달라”고 호소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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