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주가 철거하기로 한, 주도 리치먼드시 한복판의 로버트 리 남부연합군 사령관 동상. 리치먼드/AP 연합뉴스
미국에서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버지니아주가 1860년대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군 총사령관을 지낸 로버트 리의 동상을 철거하기로 했다.
민주당 소속 랠프 노섬 버지니아주지사는 4일 주도 리치먼드시 한복판에 있는 리의 동상 철거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에이피>(AP) 통신이 3일 보도했다. 동상은 새로운 설치 장소가 정해질 때까지 창고에 보관될 계획이다. 러바 스토니 리치먼드 시장도 이날 시 소유지에 있는 다른 남부군 지휘관 동상 철거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인권 활동가들은 그동안 버지니아주에 남부군 기념물들을 철거하라고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제이 존스 버지니아주 의원은 “리 장군 동상은 흑인 등에게는 과거 억압과 증오의 상징”이라며 철거 결정에 목이 멘다고 말했다.
리 장군을 비롯한 5명의 남부군 지휘관 동상이 있는 리치먼드시 중심부는 지난달 25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폭력 진압으로 숨진 뒤 항의 집회가 집중적으로 열리는 장소다.
버지니아주 출신인 로버트 리는 1859년 버지니아주에서 노예제도 반대 활동가 존 브라운이 주도한 ‘하퍼스 페리 봉기사건’을 진압했다. 또 1861년부터는 노예제를 옹호한 남부연합군 소속으로 북군에 맞서 싸웠다. 그는 1865년 항복할 때까지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공격을 이끌면서 명성을 얻었다.
플로이드 사망 이후 남부 곳곳에서 남부연합군 기념물 철거 요구가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2015년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백인 우월주의자의 흑인 살해 사건이 발생한 뒤 남부연합군 기념물이 철거된 적이 있다. 2017년에는 버지니아주에서도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폭력 사태 이후 기념물 철거가 이뤄졌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