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지난 5일 델라웨어주립대 캠페인에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델라웨어/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오는 11월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양자 대결 구도가 확립된 이후 가장 큰 격차로 지지도 상승을 보이고 있다. 지지율이 50%를 넘으며 트럼프에게 10%포인트 이상으로 앞서고 있어, 당락 판도를 굳힐 수 있는 변곡점에 왔다는 평가도 나온다.
8일 <시엔엔>(CNN)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바이든은 55%의 지지율을 기록해 41%에 그친 트럼프보다 14%포인트 앞섰다. 바이든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이후 최대 지지도다. <시엔엔>의 지난달 조사에서 바이든 51%, 트럼프 46%였던 것보다도 바이든이 무려 9%포인트 격차를 벌였다.
바이든의 지지율은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대한 전국적인 항의 시위가 벌어진 최근 열흘 사이에 급격히 상승했다. <시엔엔> 외에도 <에이비시>(ABC), <워싱턴 포스트> 등 최근 열흘 사이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은 평균 52%를 얻어, 42%에 그친 트럼프를 10%포인트 앞섰다. 바이든은 올해 들어 평균 6%포인트의 우세를 보였고, 열흘 전까지 우세가 8%포인트를 넘지 않았다.
바이든 지지율이 과반인 50%를 넘고 있다는 점이 특히 유의미하다. 이는 2016년 대선 때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도달하지 못했던 지지율이다. 이 정도면, 바이든은 2016년 총득표수에서 이기고도 선거인단 확보에서 패배한 클린턴의 전철은 밟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바이든은 지지층 안에서도 트럼프보다 응집력을 보이고 있다. <시엔엔> 조사를 보면, 민주당원과 민주당 성향 무당파에서 바이든은 96%의 지지를 얻었다. 반면 트럼프는 공화당원과 공화당 성향 무당파에서 90%의 지지율을 보였다. 트럼프가 지지층 결집을 우선시하는 선거전략을 펼치고 있는데도 각자 지지층 안에서 바이든에 비해 밀리는 것이다.
지지율이 급상승하자, 바이든은 트럼프와 대비되는 포용적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바이든은 8일 조지 플로이드의 마지막 추도식이 열린 텍사스주 휴스턴을 방문해 유족과 1시간 이상 함께했다. 앞서 그는 플로이드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 현장을 찾아 흑인 지도자들과 만나 민심을 살폈다.
그는 시위대들이 요구하는 경찰 예산 축소나 폐지에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바이든은 이날 <시비에스>(CBS)와의 회견에서 경찰 예산 폐지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경찰이 지역사회를 보호할 능력이 있는지를 봐서 연방 예산을 제공하는 안에 찬성한다”며 경찰개혁을 주장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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