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각)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있는 트럼프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저지/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7~20일 열리는 민주당의 전당대회에 쏠릴 시선을 낚아채려 단단히 채비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대선 후보로 지명하는 민주당 잔치 기간에 ‘맞불 유세’와 대대적 광고를 퍼부으며 관심을 빼앗고 민주당의 ‘컨벤션 효과’를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트럼프는 민주당 전당대회 기간에 대선 승패의 핵심인 주요 경합주들을 방문한다. 그는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인 17일 미네소타주와 위스콘신주를, 18일에는 애리조나주를 방문할 예정이다. 바이든이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하는 전당대회 마지막날인 20일 트럼프는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을 방문할 예정이다. 스크랜턴은 바이든의 고향이다. 트럼프 캠프는 “스크랜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이 얼마나 경제와 일자리에 무능했으며 고향 사람들을 어떻게 내팽겨쳤는지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은 수락 연설을 현재 거주지인 델라웨어주에서 할 예정이긴 하지만, 바이든이 주인공이 되는 날 트럼프는 바이든의 고향에 가서 그를 깎아내리겠다는 것이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19일 위스콘신주를 방문한다. 트럼프와 펜스가 잇따라 방문하는 위스콘신주는 소규모로 축소되긴 했어도 민주당의 전당대회가 열리는 곳(밀워키)이다.
바이든 캠프의 앤드류 베이츠 대변인은 “트럼프는 비행기 타고 다니며 사이드쇼(손님 끌기 위한 소규모 공연)를 하면 자신이 전국에 걸쳐 입힌 피해를 보지 못 하겠지만, 그것은 우리가 이 나라의 영혼을 위한 전투에서 이겨야 하는 이유를 더 분명히 보여줄 뿐”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캠프는 광고 물량공세도 편다. 트럼프 쪽은 민주당 전당대회 이튿날인 18일부터 96시간(나흘) 동안 전국에 걸쳐 유튜브 배너 광고를 내보낼 예정이라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주요 언론 매체인 <월스트리트 저널>, <워싱턴 포스트>, <폭스 뉴스> 누리집에도 전국 광고를 실을 예정이다. 트럼프 캠프는 경합주들에서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훌루’에 광고를 내보낼 예정이다.
트럼프의 이같은 행보는 경쟁자가 모든 관심을 받도록 두지 말라는 전형적인 트럼프식 관심 돌리기 전술이라고 <폴리티코>는 짚었다. 트럼프는 지난 2016년 2월 대선 후보 경선의 첫 테이프를 끊는 아이오와 코커스를 앞두고 현지에서 열린 당내 토론에 불참하고, 토론장 근처에서 퇴역군인을 위한 모금행사를 열었다.
트럼프는 자신을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하는 공화당 전당대회 때도 ‘주인공 욕심’을 불태울 예정이다. 공화당은 민주당 일주일 뒤인 오는 24~27일 전당대회를 연다. 첫날인 24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대의원들이 트럼프를 대통령 후보로 지명하고, 트럼프는 마지막날인 27일 수락 연설을 할 예정이다. 트럼프는 지난 13일 <뉴욕 포스트> 인터뷰에서 “수락 연설을 아마도 백악관에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마지막 날에 앞서 초반 사흘에도 의사·간호사 등 코로나19 대응 최일선에 있는 이들을 예우하는 행사 등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폭스 뉴스>가 보도했다.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는 마지막 날 밤에 등장하는 기존 관례와는 다른 방식이다. 트럼프는 2016년 오하이오주 클리브랜드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도 첫날 연설에 나선 부인 멜라니아를 대의원들 앞에 소개하러 깜짝 등장해 관례를 이미 깬 바 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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