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야권 정치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20일 독극물 중독 의심 증상으로 의식불명에 빠졌다. 그가 2019년 7월 모스크바 지방선거에 출마한 독립 후보 지지 연설을 하는 모습. 모스크바/로이터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으로 꼽히는 야권 정치인 알렉세이 나발니(44)가 독극물 중독 의심 증상으로 의식불명에 빠졌다고 그의 대변인 키라 야르미시가 20일 밝혔다.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 등 현지 언론은 야르미시 대변인의 트위터 글을 인용해, 나발니가 시베리아 지역의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이상 증세를 보여 비행기가 옴스크에 비상착륙했다고 전했다.
야르미시는 “나발니는 현지 병원 집중치료실에서 산소호흡기를 낀 채 치료받고 있다”며 “그가 톰스크공항 카페에서 마신 차에 들어간 독극물에 중독된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아침에 그가 마신 것은 차밖에 없다”며 나발니가 기내에서 땀을 흘리다가 화장실에 가서 의식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톰스크 현지의 나발니 측근도 그가 사흘 동안 톰스크에 머무는 동안 건강했으며 이날 아침에도 건강 이상을 호소한 바 없다고 밝혔다.
당국이 수사에 나섰지만 수사관들은 의도적인 독극물 사건은 아닌 걸로 보고 있다고 사법기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통신은 전했다.
나발니는 다음달 13일 지방선거에 출마한 독립 후보들을 지원하기 위해 시베리아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역 인터넷 언론 <타이가인포>는 나발니가 집권 ‘통합 러시아당’ 의원들의 비리를 조사하기 위해 현지를 방문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나발니는 지난해 7월 말 공정선거 촉구 시위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구금된 상태에서 알레르기성 발작을 일으켜 입원한 바 있다. 당시 그의 주치의는 “알 수 없는 화학물질에 중독됐다”는 소견을 밝혔다. 2017년 4월에는 모스크바에서 열린 포럼에 참석한 뒤 나오다가 괴한의 독극물 공격을 받기도 했다. 이 일로 나발니는 눈 동공과 각막 손상을 입었다.
변호사 출신 반부패 운동가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나발니는 푸틴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가능하게 한 지난 7월 개헌 국민투표를 ‘쿠데타’로 표현하기도 했다. 수십차례 투옥되며 대표적인 야권 운동가로 떠오른 그는 푸틴 대통령에 대항할 만한 대표적인 야권 인사로 꼽혀왔다. 그는 2018년 대통령 선거에서 푸틴에게 도전하려 했으나 과거 지방정부 고문 시절의 횡령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전력 때문에 후보 등록을 거부당하기도 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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