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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세계의 창] 트럼프의 가장 해로운 유산 / 존 페퍼

등록 2020-11-08 14:13수정 2020-11-09 02:39

존 페퍼 ㅣ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풍선은 선거날 펑 터질 거로 여겨졌다. 여론조사들은 조 바이든이 편하게, 심지어 압승으로 당선될 거로 예측했다. 하지만 선거일이 ‘선거 주간’으로 돼버리면서 트럼프 풍선 속 공기는 천천히 빠졌다.

선거일 밤, 트럼프는 핵심 경합주인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에서 선두를 달리며 또다시 여론조사를 뒤엎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트럼프의 우위는 ‘붉은 신기루’였다. 우편 투표가 개표되면서 이들은 모두 파란색으로 바뀌었다. 바이든은 결국 펜실베이니아에서 승리해 대통령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 270명을 넘어섰다.

트럼프는 여전히 재선의 환상을 붙든 채 소송을 제기하고 재검표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시도가 선거 결과를 바꿀 가능성은 작다. 당면한 질문은 트럼프가 백악관을 떠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쿠데타 지지 세력을 갖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대통령 선거와 별개로 공화당에는 매우 좋은 선거였다. 상원에서 몇 석을 되찾아서 다수당을 유지할 거로 보인다. 하원에서도 다수당은 못 되더라도 몇 석을 추가했다. 달리 말해 공화당은 트럼프를 최대한 활용해 투표장으로 더 많은 유권자를 끌어들이고, 세 명의 연방대법관 임명을 비롯해 법원을 보수화했으며, 연방정부의 전반적 영향력을 약화했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그를 버릴 것이다. 트럼프는 기능을 수행했고,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물론 트럼프는 임기가 아직 몇 달 남았다. 그가 선거에서 이겼다는 걸 증명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을수록 의제를 실행할 시간은 줄어든다. 그런데도 그는 몇 명을 더 자르고 측근들을 사면할 것이다. 또 대통령직을 이용해 수백만달러를 자신의 사업 금고로 돌리려 할 것이다. 그리고 그는 하루 1천명 넘게 미국인 사망자를 내고 있는 코로나19 재확산 등 시급한 문제들을 무시할 것이다.

조 바이든은 1월에 취임하면 암울한 상황을 물려받는다. 미국은 코로나19 감염·사망에서 세계 선두다. 미국 경제는 매우 취약한 회복 상태다. 트럼프 정부에서 연방 부채는 35% 이상 늘었다.

세계 무대에서 미국은 트럼프 취임 전의 명성을 잃었다. 트럼프는 북한과의 협상, 이란과의 핵협정 대체, 러시아와의 관계 재설정 등에서 성과를 얻지 못했다.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함으로써 미국은 탄소배출량 감축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포기했다. 미국 전역에 걸친 팬데믹 때문에 미국인들은 다른 나라에서 환영받지 못한다. 트럼프 때문에 미국은 2016년보다 더 고립됐고, 질병과 부채로 인해 불구가 되었으며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양극화됐다.

이번 의회 선거에서 성공해 용기를 얻은 공화당은 새 대통령과 타협할 분위기가 아닐 것이다. 바이든은 민주당이 내년 1월 치러지는 조지아 상원 결선투표에서 의석 두 개를 다 가져와서 공화당과 50석으로 같아진다고 해도 환경, 경제, 의료 등 국내 의제를 추진하는 데 애를 먹을 것이다.

바이든은 외교 문제에서는 좀 더 재량권을 가질 것이다. 바이든은 심하게 손상된 유럽·아시아 동맹을 정비하고, 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하고 이란과 화해를 시도할 것이다. 중국 문제에서도 민주당이 최근 강경하긴 했지만 적어도 경제 문제에서는 덜 격렬해질 것이다.

트럼프가 떠나도 트럼피즘은 국내외에서 살아남을 것이다. 트럼프 같은 지도자는 브라질, 필리핀, 인도 등에 여전히 자리 잡고 있다. 그들은 기후위기, 코로나19, 경제 불평등 증가와 같은 주요 글로벌 문제에 대해 세계가 합의를 이루는 것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

국내적으로 바이든은 약 7천만명이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한 국가에 직면하고 있다. 그들은 탄핵할 만한 범죄, 코로나19와 경제 실패, 끝나지 않는 거짓 주장들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를 지지했다. 트럼프는 이번에 졌지만 2016년보다 더 많이 득표했다. 그것이 트럼프의 가장 해로운 유산이다. 그가 만든 정치적 컬트는 그가 백악관에서 제거되고 한참 뒤에도 계속해서 큰 혼란을 일으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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