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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화이자 ‘90% 효과’ 백신에 기대감↑…안전성·초저온 보관 등 과제

등록 2020-11-10 13:57수정 2020-11-11 09:25

화이자가 개발중인 코로나19 백신 이미지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화이자가 개발중인 코로나19 백신 이미지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중인 코로나19 백신이 90% 이상 효과가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코로나19 사태가 곧 제어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국외 전문가들은 백신 보관과 배포 등이 쉽지 않아 광범위한 투여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장기 안전성도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며 차분한 반응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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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코로나19백신 “90% 이상 효과”

화이자는 9일(현지시각) 3상 임상시험 참가자 4만3천여명 가운데 코로나19에 감염된 94명을 분석한 결과, 백신이 코로나19 예방에 90% 이상 효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가짜약을 투입한 대조군에 견줘 백신 접종군에서 코로나19에 걸린 사람이 90% 이상 적다는 것이다. 이는 일반 독감 백신의 효과(40~60%) 보다 두배 정도 높고, 홍역 백신(97%) 효과와 비슷하다.

앞서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 소장은 코로나 백신이 50∼60% 정도만 효과가 있어도 괜찮다고 밝혔고, 미 식품의약국(FDA)은 백신 긴급 승인의 제한선으로 ‘효과 50%’선을 정해 놓고 있다.

이번 발표는 독립 전문가위원회가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진행한 3상 임상시험을 분석해 내놓은 중간 결과물이다. 화이자는 미국 등 6개국에서 총 4만3538명의 참가자를 모집해, 절반에는 코로나19 백신을 투여하고, 대조군인 다른 절반은 소금물로 만든 가짜약(플라시보)을 투여했다. 두 실험군에서 모두 합쳐 94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는데, 이 가운데 백신 접종군에 속한 이는 9명 미만일 것으로 추산된다.

화이자 쪽은 구체적인 숫자를 밝히지 않은 채 효과가 90% 이상이라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추산하면, 대조군에서는 86명 이상의 환자가 나오고, 백신 접종군에서는 8명 이하의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만약 백신이 아무 효과가 없었다면, 백신 접종군에서도 가짜약을 투입한 대조군과 마찬가지로 86명 정도의 환자가 나와야 했지만, 실제 8명 이하로 줄어든 것은 백신이 그만큼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백신은 2회 투여해야 면역력이 생기는데, 백신 예방 효과가 나타난 시점은 두 번째 백신 투여 7일 후로, 첫 번째 투여일로부터는 28일 뒤라고 화이자는 설명했다.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는 “과학과 인류에게 아주 좋은 날”이라고 밝혔다. 우구르 사힌 바이오엔테크 최고경영자(CEO)는 “당초 백신 유효성이 60~70% 정도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90% 이상 효과가 나타난 것은 대단히 놀랍다”며 “이 결과는 코로나19를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파우치 소장은 이날 “효과가 이렇게 높을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며 “미래를 생각할 때 매우 좋은 소식”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코로나19에 관한 우리의 모든 활동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오늘은 의생명과학 연구와 관련 임상시험에 아주 좋은 날”이라고 말했다.

화이자 쪽은 “심각한 안전 문제는 나타나지 않았다”며 백신 안전 관련 데이터를 점검한 뒤 이번달 셋째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긴급 사용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임상 3상 시험자 절반가량을 대상으로 한 2개월의 안정성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 화이자 쪽은 이달 말께 이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화이자 쪽은 승인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올 연말까지 2500만명 분량의 백신을 제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한 시민이 화이자 본사 앞 버스 정류장 옆을 지나고 있다. 버스 정류장 벽면에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는 광고가 실려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한 시민이 화이자 본사 앞 버스 정류장 옆을 지나고 있다. 버스 정류장 벽면에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는 광고가 실려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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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일반 백신까지는 시간 걸릴 것…초저온 보관도 과제

화이자가 실제 백신을 일반에 배포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물류 과정이 복잡하고 초저온 보관 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날 예방접종 프로그램이 발달한 선진국에서도 피접종자 추적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하고 젊은층의 집단접종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등 남은 과제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접종센터 운영 등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백신이 긴급사용 승인을 받더라도 충분히 많은 사람에게 투여되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데이비드 솔즈베리 전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 전략자문그룹 의장은 “백신이 나온다고 해서 일상이 코로나19 이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 정도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관·운송 과정의 어려움도 지적된다.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은 섭씨 마이너스 70도 이하의 초저온에서 보관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존스홉킨스대 백신 전문가는 이런 초저온 보관이 백신 배포를 가로막는 주요 걸림돌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초저온 시스템은 최신 설비를 갖춘 미국의 병원에도 제대로 설치돼있지 않다고 한다.

게다가 백신의 안전성과 효험이 아직 최종 입증되지 않았다며 중간 결과에 너무 들떠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 타임스>는 특히 백신의 효능이 얼마나 유지될지 아직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올 연말까지 1500만~2000만명 분량을 생산할 경우 의료 종사자 등 감염 위험이 높거나 노인·기저질환자 등 바이러스에 취약한 집단이 우선 접종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화이자는 연간 13억개까지 생산능력을 확대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 정도로는 전 세계 수요를 충족시키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화이자 외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이 개발중인 백신의 공급이 필요한 상황이다.

10일 홍콩 한 은행의 주식 전광판 앞을 한 여성이 걸어가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10일 홍콩 한 은행의 주식 전광판 앞을 한 여성이 걸어가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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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증시도 호재에 일제히 상승…코로나 수혜주들은 하락

화이자 백신 발표로 전 세계 증시가 대거 상승했다. 미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834.57포인트(2.95%) 오른 2만9157.97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는 개장 직후 1600포인트 이상 상승하며 역대 장중 가격 최고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날보다 41.06포인트(1.17%) 오른 3550.50으로 마감했다.

백신 개발사인 화이자 주가가 7.7% 올랐고, 우버(7.4%)와 월트디즈니컴퍼니(11.9%)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영국 런던 증시의 에프티에스이(FTSE) 100 지수도 4.67% 상승한 6186.29로 거래를 마쳤고, 유럽을 포괄하는 유로 스톡스50(Stoxx50) 지수도 3407.91로 6.36% 상승했다. 프랑스와 스페인, 이탈리아, 벨기에의 지수도 3~8% 상승했다.

다만 나스닥 지수는 1.53%(181.45포인트) 하락한 1만1713.78에 거래를 마쳤다. 코로나19 사태로 호황을 맞았던 아이티(IT) 대형주들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재택근무와 원격수업의 혜택을 받았던 화상회의 앱 줌이 17.4% 폭락했고 넷플릭스(8.6%)와 아마존(5.1%)도 크게 하락했다. 애플 주가도 2% 내렸다.

유가는 코로나19 사태가 제어될 수 있다는 기대로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8.5%(3.15달러) 폭등한 40.29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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