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각) 미 위스콘신 커노샤에서 검찰이 제이콥 블레이크 총격 사건에 연루된 경찰관 3명을 불기소 결정하자, 항의에 나선 시민들이 주 방위군과 승강이를 벌이고 있다. 커노샤/AP 연합뉴스
어린 자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흑인 아버지의 등에 여러 발의 총격을 가한 미국 백인 경찰들이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미국에서 인종차별 시위를 촉발한 주요 사건 중 하나에 검찰이 면죄부를 준 것이다. 사건 발생 지역에서는 이번 결정에 항의하는 시위가 시작됐다.
5일(현지시각) 마이클 그래벌리 위스콘신주 커노샤 카운티 지방검사장은 지난해 8월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에게 총을 쏜 혐의 등으로 체포된 러스틴 셰스키 등 경찰관 3명을 기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검찰은 사건 당시 블레이크가 흉기를 갖고 있었고, 경찰이 이를 버리라고 했지만 그가 따르지 않았다며 “경찰들에게 자기방어 권리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커노샤 경찰인 셰스키는 지난해 8월23일 지역에서 가정폭력이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체포에 불응하던 블레이크의 등 뒤에서 7발의 총격을 가했다. 이 총격으로 블레이크는 하반신을 쓰지 못하게 됐다. 블레이크는 당시 경찰의 체포 요구를 뿌리치고 본인 차 문을 열다가 총격을 받았다. 차 안에는 3살·5살·8살 된 그의 아들 세 명이 타고 있었고, 이 장면을 모두 지켜봤다.
5일 마이클 그래벌리 위스콘신주 커노샤 카운티 지방검사장이 지난해 8월 흑인 남성 제이콥 블레이크에게 총을 쏜 혐의 등으로 체포된 러스틴 셰스키 등 경찰관 3명을 기소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커노샤/AP 연합뉴스
미국에서는 지난해 5월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무릎에 8분46초 동안 짓눌린 뒤 사망한 영상이 공개되면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촉발됐고, 석 달 여 뒤 블레이크가 자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찰의 총격 7발을 맞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시위가 더욱 퍼졌다. 특히 커노샤에서는 이 사건 뒤 항의 시위가 격화되면서 이에 반대하는 자경단이 등장했고, 자경단에 동조하는 10대 소년이 시위대를 향해 총을 쏴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크게 다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래벌리 검사장은 경찰들이 여러 차례 테이저건을 사용해 진압을 시도했으나 블레이크가 저항했다며 “블레이크가 흉기로 무장하고 있었다는 데 반박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을 기소하려면) ‘나를 지키기 위해 총을 쐈어야 했다’고 하는 경찰의 주장이 틀렸음을 증명했어야 했다”며 “정부가 자기방어권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번 검찰의 불기소 결정으로 커노샤 등에서 다시 항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시위대 수백 명은 검찰의 불기소 발표 뒤 검찰청 앞에 모여 “검찰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의 행진에 나섰다.
현재 행진 규모는 크지 않지만, 위스콘신 당국은 긴장한 채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앞서 토니 에버스 위스콘신 주지사는 기소 결정 하루 전인 4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며 주 방위군 소집령을 발령했다. 불기소 때 시위가 격화될 것을 예상해 내린 선제 조처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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