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현에서 13일 규모 7.3 강진이 발생한 가운데, 14일 니혼마쓰시에서 산사태로 도로가 끊어진 모습. 니혼마쓰/AP 연합뉴스
3·11 ‘동일본 대지진’ 10년을 한달 앞두고, 13일 일본 후쿠시마현에서 또다시 강한 지진이 일어나 최소 150명이 다치고, 정전과 단수 등 피해가 속출했다. 지진과 쓰나미(해일), 원전 폭발 등 대재앙의 기억이 아직 선명한 후쿠시마에서 또다시 강진이 발생하면서 일본 사회가 공포에 떨고 있다.
일본 기상청은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13일 밤 11시8분께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규모(지진 시 탄성 에너지 척도) 7.3으로 추정되는 강한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여진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으나, 또 다른 대형 지진이 오기 전 전진일 가능성을 우려하는 전문가도 있다. 이날 오후에도 규모 5.2의 지진이 발생했다. 기상청은 “이번 지진으로 쓰나미 피해 우려는 없다”며 “앞으로 일주일 내 강한 여진이 다시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쓰나미 악몽이 생생한 현지 주민들이 정부 발표를 불신하며 일단 고지대로 대피하는 등 큰 혼란도 목격됐다. ▶관련기사 5면
지진이 발생한 진원의 위치는 북위 37.7도 동경 141.8도이며, 진원의 깊이는 약 55㎞로 추정됐다. 이번 지진으로 후쿠시마현과 미야기현 일부 지역에서 최대 진도(흔들림)가 ‘6강’에 달했다. 진도 6강이면 기어가야 이동할 수 있는 상황이고 튕겨 나가기도 한다. 고정되지 않은 가구는 대부분 움직이고, 넘어지는 경우도 많다. 도쿄도와 지바현, 가나가와현 등에서도 ‘진도 4’의 흔들림이 일정 시간 지속됐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현재까지 도호쿠와 간토 지방에서 150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며 “계단에서 넘어지고, 가구가 쓰러져 다친 경우, 유리 파편에 찔린 사람도 있다”고 보도했다. 사망자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 대규모 정전과 단수도 발생했다. 후쿠시마와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약 95만가구가 정전 피해를 보았고 수돗물 공급이 끊겨 당국이 급수에 나서기도 했다.
더욱이 후쿠시마 제1원전 5·6호기에서 한때 물이 넘친 것으로 파악돼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지진으로 흔들림이 커지면서 각 원자로 건물 상부에 있는 사용후연료 수조(풀) 등에서 물이 넘쳤다. 일본 정부는 “넘친 물의 양이 적고 방사선량도 낮아 안전상의 문제는 없다”며 “물이 건물 외부로 유출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지진 발생 20분 뒤 총리관저에 도착해 신속하게 상황을 파악했다. 스가 총리는 이날 새벽 기자단을 만나 “쓰나미 우려는 없다. 원자력 관계(시설)도 모두 이상이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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