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17일(한국시각) 하버드대 아시아태평양계 로스쿨 학생회가 마련한 화상 세미나에 원격 참여해 발언하고 있다. 웨비나 화면 갈무리.
“우리 하버드대 학생 여러분, 절대로 이것 때문에 신경 쓰지 마세요. 그 사람 무시하세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3)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로 규정한 마크 램자이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를 무시하자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16일(현지시각) 하버드대 아시아태평양계 로스쿨 학생회가 연 화상 세미나에 원격으로 출연해 이렇게 말하고, “한편으로는 이 교수가 ‘너희가 그렇게 노력해도 (위안부 문제에) 아무 진전이 없으니까 더 정신을 차려서 똑바로 하라’고 한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램자이어 교수의 주장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하면서도,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더 높아졌다는 얘기다.
이 할머니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밝힌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일본은 조선에 쳐들어와서 여자 아이들을 끌고가고 무엇이든 자기 것이라며 무법천지 행세를 벌였고, 지금도 그대로다”라며 “일본 스가 총리와 국제사법재판소로 가서 완벽하게 따지기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간곡하게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재판에서 반드시 이겨서 여러분들을 문 대통령 앞에 모시고 가서 인사시키겠다”고 했다.
이날 행사는 램자이어 교수의 논문 내용이 알려진 뒤 하버드대 학생들이 마련한 것이다. 이 세미나에서 미 인권단체인 위안부정의연대(CWJC)의 릴리언 싱 공동의장은 “램자이어 교수는 뻔뻔하게도 위안부 문제에 관한 글을 쓰면서 피해자과 대화하지 않았고 할머니들의 얘기를 전혀 듣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램자이어 교수 같은 이들이 “일본의 대변인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7년 미 연방 하원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결의안 통과를 주도한 마이크 혼다 전 하원의원도 참여해 “그 교수직에 대한 자금 지원을 끊고 하버드대가 미쓰비시로부터 더 돈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램자이어 교수는 일본의 전범기업인 미쓰비시의 후원을 받는 석좌교수다.
행사를 준비한 하버드 로스쿨 학생 자넷 박(27)은 <한겨레>에 “역사의 증인이 이렇게 살아계신데 램자이어 교수는 논문에 하나도 참고하지 않아서 할머니의 증언이 확실히 기록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기획했다”고 말했다. 그는 “램자이어 교수의 논문을 접하고 학생들의 첫번째 반응은 경악이었다”며 “내용도 터무니없지만 하버드 로스쿨 교수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질 낮은 논문이었다는 점 등이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고 전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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