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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중국, ‘홍콩 민주 진영 잇단 구속’ 치밀한 계획 세운 듯

등록 2021-03-01 18:52수정 2021-03-02 02:33

체제전복 혐의 기소 47명 첫 심리
홍콩판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22조 위반 혐의(체제전복)로 기소된 47명 중 한명인 샘 청 구의원이 1일 호송차를 타고 웨스트카오룽 법원에 도착하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홍콩판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22조 위반 혐의(체제전복)로 기소된 47명 중 한명인 샘 청 구의원이 1일 호송차를 타고 웨스트카오룽 법원에 도착하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검은 옷을 입은 시민 수백명이 이른 아침부터 홍콩 웨스트카오룽 법원 부근을 가득 메웠다. 경찰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내세워 해산을 종용했다. 이제는 불법이 된 “광복홍콩, 시대혁명” 구호가 오랜만에 메아리쳤다.

1일 <홍콩방송>(RTHK)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전날 홍콩판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22조 위반 혐의(체제전복)로 기소된 47명에 대한 첫 심리가 이날 오전 열렸다. 혐의 내용과 기소된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번 사건이 불러올 파장을 가늠해볼 수 있다. 장기간에 걸친 치밀한 계획 아래 진행된 사건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019년 6월 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이후 홍콩 당국은 강경 대응만 고수했다. 중국 쪽은 구두 경고 외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켜켜이 쌓인 불만은 그해 11월 열린 구의회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의 압도적 승리로 분출됐다. 입법회 선거가 다가오고 있었다.

홍콩 시민사회와 야권은 이른바 ‘35+’ 운동에 나섰다. 범민주파가 입법회 과반의석을 확보해 홍콩 민주화에 속도를 붙이겠다는 복안이었다. 첫째, 입법회를 장악해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부결시킨다. 홍콩의 헌법 격인 기본법 50조는 예산안을 비롯한 주요 법안이 부결되면 행정장관이 입법회를 해산할 수 있도록 했다.

둘째, 재선거에서도 입법회 다수파가 된 범민주 진영이 예산안을 재부결시킨다. 기본법 52조는 이럴 경우 행정장관이 사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홍콩 행정장관 선거는 4개 부문으로 나뉜 1200명의 선거인단이 선출하는 간선제다. 성난 민심을 등에 업고 구의회와 입법회를 장악한 범민주 진영이 선거인단 선출 투표에서도 다수파를 점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종전처럼 중국 당국의 입맛대로 행정장관을 지명하는 게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위한 첫걸음으로 범민주 진영은 지난해 7월 입법회 선거 후보 단일화를 위한 자체 경선을 실시했다. 무려 60만명이 넘는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했음에도, 홍콩과 중국 당국은 이를 ‘입법회 장악을 통한 체제전복 시도’로 규정했다. 막 발효된 홍콩보안법에 따라 최고 종신형에 처해질 수 있는 죄목이다. 9월로 예정됐던 입법회 선거는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1년 연기됐다.

지난 1월6일 홍콩 당국은 범민주 진영 자체 경선을 이유로 시민사회 활동가와 야당 정치인 등 55명을 체포했다. 홍콩 경찰은 지난 28일 이 가운데 8명을 제외한 47명을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 가운데 전직 입법의원 12명과 전·현직 구의원 21명 등 43명이 지난해 7월 자체 경선에 후보로 나선 바 있다. 오는 9월로 늦춰진 입법회 선거에 출마할 홍콩 범민주 진영의 예비 후보들이란 뜻이다.

불법시위 혐의로 이미 구금 상태인 청년 활동가 조슈아 웡, 탐탁치와 마찬가지로 우치와이 전 민주당 주석도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앨빈 융 전 공민당 주석도 기소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과 공민당은 범민주 진영의 양대 정당이다.

사회민주연맹 소속 구의원이자 송환법 반대 시위를 주도했던 민간인권전선 공동의장인 지미 샴도 기소됐다. 민주당 소속 4선 구의원이자 범민주 진영의 정치적 구심점인 민주동력 의장 앤드루 추도 마찬가지다. 민간인권전선과 민주동력은 홍콩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양대 연대체다. 이번 사건이 홍콩 범민주 진영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1일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정식 기소된 것은 이들의 정치적 이력이 끝났음을 뜻한다. 앞으로 입법회나 선거인단 선거에 출마가 금지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중국 당국은 오는 5일 개막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홍콩 선거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애국자만 공직을 맡을 수 있다’는 원칙 아래 보안법 위반자의 공직 입후보 자체가 금지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사회는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구금·기소된 이들의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하며, “정치적 참여와 표현의 자유는 범죄일 수 없다. 미국은 홍콩 시민과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과 유럽연합 쪽도 각각 성명을 내어 “홍콩에서 더이상 정치적 다양성이 용인되지 않는다는 점을 극명히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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