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성평등 위치를 세계적으로 가늠해 보면 어느 정도일까? 세계 주요 기관들이 발표하는 성평등 관련 지수를 참고할 수 있지만 절대적인 기준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다. 각국의 성평등 관련 통계가 완전하지 않으며, 이를 반영하는 방법에 따라서 순위가 크게 요동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유엔개발계획(UNDP)의 성불평등지수(GII)와 세계경제포럼(WEF)의 성격차지수(GGI)에 나타난 한국의 엄청난 순위 차이다. 지난해 발표된 유엔개발계획 성불평등지수를 보면 한국은 189개국 중 11위(0.064)로 아시아 최고 우등생이지만, 성격차지수는 153개국 중 108위로 하위권이다. 이유는 지수를 구성하는 요소와 반영하는 계산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유엔개발계획의 성불평등지수에서 한국은 절댓값으로 반영되는 지표인 모성 사망비가 11명, 청소년 출산율(15~19살 여성 인구 1천명당 출산자 수)은 1.4명으로 좋은 편이어서 순위가 올랐다. 한국 정부도 유엔개발계획의 성불평등지수에 대해 “경제활동 영역 지표가 제한적이어서 성평등 수준을 충분히 나타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며 “남녀 임금 격차, 노동시장 직종 격리 및 남녀 간 시간 사용, 가정폭력 등 영역이 제외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경제포럼의 성격차지수는 남녀 격차를 상대평가해 계산한다. 경제활동 참가율, 문해율, 교육률, 출생성비, 기대수명, 국회의원 및 장관 비율의 남녀 차이를 지표로 이용해 지수를 산출한다. 남녀 차이이기 때문에 남녀 모두 절대적인 수치가 낮더라도 차이가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 점수가 높게 나올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은 국회의원 및 장관 비율 등으로 계산하는 정치적 권한 지표에서 조사 대상 153개국 중 각각 79위와 144위로 하위권을 기록했다.
경제적인 부분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남녀 임금 중간값 격차를 이용해 발표하는 남녀 임금 격차 순위를 주목할 만하다. 한국은 조사 대상 28개국 중 꼴찌였다. 이 통계도 각국 임금수준 조사 기준 연도가 조금씩 달라서 완벽한 조사라고는 할 수는 없다. 다만, 한국이 보건과 교육의 절대적 환경은 개선됐지만, 일터에서 남녀 간 격차는 아직 크다는 사실을 주목해 볼 수 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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