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패권 대결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이 27일 미국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과 향후 25년의 포괄적 협력 협정을 맺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이 이란 테헤란에서 협정에 서명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테헤란/신화 연합뉴스
중국이 향후 25년 동안 안정적인 원유 공급을 대가로 이란에 4천억달러를 투자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경제·안보 협력 협정이 체결됐다. 미국과 유럽 등의 포위 공세에 맞서 중국도 본격적으로 세 결집에 나선 모양새다.
28일 중국 외교부 발표 내용을 종합하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전날 테헤란에서 회담을 한 뒤, 양국 간 ‘전면 협력 협정’에 서명했다. 앞서 양국은 2016년 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이란 방문 당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에 들어간 바 있다.
이란 외교부 쪽은 협정의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6월 일부 외신이 입수해 공개한 18쪽 분량의 ‘중국-이란 25년 전면 협력 계획 초안’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초안을 보면, 중국은 금융, 통신, 항만, 도로, 보건의료, 정보기술, 원유산업 등과 관련해 향후 25년 동안 모두 4천억달러(약 480조원) 규모의 투자를 하기로 했다. 대신 이란은 중국 쪽에 국제시장보다 저렴한 값에 안정적으로 원유를 공급하게 된다.
대테러전과 마약거래·인신매매 등 다국적 범죄 대처를 명분으로 군사·안보 분야 협력도 대폭 강화된다. 양국군 합동군사훈련과 군사기술 및 무기류 공동 연구·개발, 군사정보 공유 등도 추진된다. 일부에선 중국이 투자시설 보호를 명분으로 이란에 자국군 주둔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본다.
협정 서명 뒤 왕 부장은 “양국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한층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자리프 장관도 “중국은 어려울 때 함께한 친구”라고 강조했다. <뉴욕 타임스>는 이란 전문가의 말을 따 “이란은 지나치게 오랫동안 전략적 동맹이란 ‘달걀’을 서방이란 ‘바구니’에만 모두 담아왔다”며 “이제는 동쪽으로 눈을 돌려도 괜찮을 때”라고 전했다.
일부 내부 반발에도 이란이 중국과 손을 잡은 것은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도 미국의 제재가 해제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2015년 체결된 이란 핵합의(포괄적 공동행동 계획)를 3년 전 일방적으로 파기한 뒤 이란에 대한 제재를 재개한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직후 “이란이 단계별로 핵합의를 이행하면, 미국도 그에 맞춰 순차적으로 제재를 해제하겠다”며 재협상을 제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이란 쪽이 이를 거부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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