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각) 미국 미네소타주 헤너핀카운티 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2급 살인혐의로 기소된 전 미니애폴리스 경찰관 데릭 쇼빈이 지난해 5월 사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진 앞에 앉아있는 모습을 스케치했다. 미네소타/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5월 전 세계적인 인종차별 철폐 운동을 촉발했던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살인 사건에 대한 재판이 29일(현지시각) 미국 미네소타주 헤너핀카운티 지방법원에서 시작됐다.
<시엔엔>(CNN)과 <로이터> 통신 등 보도를 보면, 이날 재판에서 미 검찰은 전 경찰관 데릭 쇼빈이 플로이드에게 과도한 폭력을 사용했다며 살인 행위라고 주장했다. 반면 쇼빈 쪽 변호사는 훈련받은 대로 했을 뿐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미국에서 경찰이 공권력 사용을 이유로 유죄를 받는 경우는 매우 드물어, 이번 재판 결과가 구습을 깨는 분수령이 될지 관심이 모인다. 미 사법체계의 시험대이자, 인종차별 문제에 대한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쇼빈은 지난해 5월25일 미니애폴리스에서 위조 지폐를 내고 물건을 산 남성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바닥에 엎드린 남성의 목을 9분 가까이 눌러 숨지게 했다. 이 장면이 행인에 의해 녹화돼 널리 퍼졌고, 미국과 세계에서 인종차별 철폐 운동이 일어났다. 검찰은 지난해 경찰관 쇼빈을 2급 살인과 3급 살인, 2급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2급 살인은 살인 의도가 없는 경우이며, 최고 형량은 40년이다.
이날 미 검찰은 경찰의 과도한 폭력 사용을 강조했다. 제리 블랙웰 검사는 “쇼빈은 플로이드의 숨, 바로 생명이 그에게서 쥐어 짜져서 빠져나갈 때까지 그를 으스러뜨리며 그의 목과 등에 자신의 무릎을 올려놨다”고 주장했다. 그는 플로이드가 숨을 거두기 직전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배심원들에게 보여준 뒤 “여러분의 눈을 믿어도 된다. 이것은 살인이다”라고 말했다.
쇼빈의 변호인인 에릭 넬슨 변호사는 이번 재판의 핵심 주제가 경찰 물리력의 합리적 사용에 관한 질문이 될 것이라며 “쇼빈이 19년 재직 기간에 걸쳐 훈련받은 그대로 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리력의 사용은 매력적이지 않지만 경찰 활동의 필수적인 요소”라고 주장했다.
넬슨 변호사는 “이번 재판으로 통제된 물질에 대한 추가 은닉 증거가 드러날 것”이라며 플로이드의 사인을 개인적 질병과 약물 문제로 몰고 갔다. 블랙웰 검사는 “동영상을 보면 그게 약물 과용으로 죽는 사람처럼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블랙웰 검사는 8분46초로 알려진 사건 영상을 9분29초로 바로잡으며 “플로이드가 살려달라고 애원하던 4분45초, 플로이드가 발작으로 쓰러진 53초, 플로이드의 반응이 없어진 3분51초가 이번 사건의 가장 중요한 세 숫자”라고 말했다.
이날 플로이드의 유족과 변호인 벤저민 크럼프, 인권 운동가 알 샤프턴 목사 등은 법정에 들어가기 전 건물 앞에서 8분46초간 무릎을 꿇었다. 법원 밖에는 인권 활동가들과 시민들이 모여들어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미국의 바로 그 영혼이 재판을 받고 있다”는 팻말 등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29일(현지시각) 미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조지 플로이드 살인 사건에 대한 재판이 열리는 법원 밖에서 활동가와 시민들이 경찰의 폭력에 항의하는 팻말 등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미니애폴리스/AF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