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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다시 숨쉴 수 있게 됐다”…플로이드 목 누른 경찰 ‘유죄’ 평결

등록 2021-04-21 08:10수정 2021-04-22 02:17

2급 살인 등 세 가지 혐의받은 쇼빈
배심원단, 모든 혐의 ‘만장일치’ 유죄
“고통스럽게 얻은 정의가 도착했다”
8주 뒤 선고…미 언론 “40년형” 예상
바이든 “조직적 인종주의에 맞서야”
지난해 5월 미국의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짓눌러 숨지게 한 전 경찰관 데릭 쇼빈에 대한 유죄 평결이 20일(현지시각) 내려진 뒤,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플로이드의 동생 필로니스(앞줄 왼쪽부터), 변호인 벤 크럼프, 알 샤프턴 목사 등이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미니애폴리스/AP 연합
지난해 5월 미국의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짓눌러 숨지게 한 전 경찰관 데릭 쇼빈에 대한 유죄 평결이 20일(현지시각) 내려진 뒤,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플로이드의 동생 필로니스(앞줄 왼쪽부터), 변호인 벤 크럼프, 알 샤프턴 목사 등이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미니애폴리스/AP 연합

지난해 5월 미국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당시 46살)의 목을 짓눌러 숨지게 한 전직 경찰관 데릭 쇼빈(45)에게 유죄 평결이 내려졌다. 이 소식을 기다려온 시민들은 “정의가 실현됐다”고 환영했다.

플로이드 사건이 발생한 미네소타주의 헤너핀 카운티 배심원단은 20일(현지시각), 검찰이 쇼빈에게 적용한 2급 살인, 2급 우발적 살인, 3급 살인 등 세 가지 혐의 모두에 대해 만장일치로 유죄를 평결했다. 이번 평결은 지난주까지 3주 동안의 변론과 전날 양쪽의 최후 진술이 끝난 지 하루도 안 돼서 신속하게 나왔다. 플로이드가 숨진 지 11개월 만이다. 12명의 배심원은 백인 6명과 흑인 등 비백인 6명으로 이뤄졌으며, 전날 오후부터 언론으로부터 차단된 채 호텔에 머물며 10시간의 최종 숙의 과정을 거쳤다. 쇼빈은 재판 과정에서 플로이드를 고의로 살해한 게 아니라 약물 과용과 지병으로 숨진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했으나, 배심원단은 과도한 무력 행사에 의한 질식사라는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쇼빈은 피터 카힐 판사가 배심원단의 평결을 읽는 동안 얼굴에서 특별한 감정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평결을 들으며 갈수록 손을 떨었고, 마지막에는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평결 발표 직후 쇼빈의 보석은 취소됐고, 그는 두 손을 등 뒤로 한 채 수갑에 채워져 구치소로 옮겨졌다. 쇼빈에 대한 형은 8주 뒤 선고될 예정이다. 2급 살인은 최대 40년, 2급 우발적 살인은 10년, 3급 살인은 25년 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다. 쇼빈 쪽은 항소를 준비할 것이라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미 언론은 대체로 쇼빈이 40년형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메릭 갈랜드 미 법무장관은 성명을 내어, 이번 평결과 별개로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대한 연방 시민권 조사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쇼빈에 대한 형량이 가중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플로이드의 동생인 필로니스는 평결 뒤 연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지지해준 이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우리는 오늘 다시 숨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동생인 테렌스는 “나는 형을 그리워하겠지만 그가 역사에 남았다는 걸 안다”며 “플로이드여서 얼마나 좋은 날인가”라고 말했다. 플로이드 가족의 변호인인 벤 크럼프는 성명에서 “고통스럽게 얻어진 정의가 이곳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 있는 플로이드 가족과 공동체에 도착했다”며 “그러나 오늘의 평결은 이 도시를 훨씬 뛰어넘어 이 나라와 세계에 중대한 함의를 갖는다”고 밝혔다.

지난해 현장을 지나가다가 플로이드가 목을 짓눌리는 모습을 동영상 촬영해 전 세계에 알린 다넬라 프레이저(18)는 평결 뒤 페이스북에 “펑펑 울었다. 정의가 실현됐다”며 “조지 플로이드, 우리가 해냈어요!!”라고 적었다. 프레이저는 지난달 30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내가 더 무언가를 하지 않고 물리적으로 관여하지 않아서 그의 목숨을 구하지 않은 것을 플로이드에게 사과하고 또 사과하면서 여러 밤을 지새웠다”고 울먹이면서 말했다.

이날 평결을 기다리며 미니애폴리스, 뉴욕, 워싱턴 등에 모여있던 시민들도 유죄 소식에 환호했다. 경적을 울리거나 창밖으로 프라이팬을 두드리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트위터에 “오늘 배심원단이 옳은 일을 했다”고 적는 등 각계의 환영도 잇따랐다.

지난해 5월 미국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짓눌러 숨지게 한 전 경찰관 데릭 쇼빈이 20일(현지시각) 미네소타주의 헤너핀 카운티 법정에서 피터 카힐 판사가 배심원단의 유죄 평결을 읽는 동안 유심히 듣고 있다.(위) 쇼빈은 이 평결 발표 뒤 손에 수갑이 채워진 채 구금시설로 옮겨졌다. 법원TV 화면 갈무리. 미니애폴리스/AFP 연합
지난해 5월 미국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짓눌러 숨지게 한 전 경찰관 데릭 쇼빈이 20일(현지시각) 미네소타주의 헤너핀 카운티 법정에서 피터 카힐 판사가 배심원단의 유죄 평결을 읽는 동안 유심히 듣고 있다.(위) 쇼빈은 이 평결 발표 뒤 손에 수갑이 채워진 채 구금시설로 옮겨졌다. 법원TV 화면 갈무리. 미니애폴리스/AFP 연합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백악관에서 평결을 지켜본 뒤 플로이드의 가족과 통화하고 “우리 모두 안도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별도의 대국민 연설에서 이번 평결을 “앞으로 나아가는 커다란 발걸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진정한 변화를 위해서는 “조직적인 인종주의, 그리고 경찰·사법 체계에 더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인종 불평등을 인정하고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흑인-인도 혈통인 해리스 부통령은 경찰의 면책을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담아 지난해 동료 의원들과 발의한 경찰 개혁법을 상원에서 통과시켜줄 것을 연설에서 촉구했다.

지난해 5월25일 플로이드는 미니애폴리스에서 20달러짜리 위조지폐 사용 혐의로 경찰에 체포당하는 과정에서 쇼빈의 무릎에 9분29초 동안 목을 짓눌린 채 “숨을 쉴 수 없다”고 절규하다가 숨졌다. 이 사건에 반발해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가 미 전역으로 번지며 흑인 인종차별과 경찰 과잉진압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대대적으로 일었다.

이번 평결에서 무죄가 나올 경우 생길 수 있는 시위에 대비해, 미니애폴리스를 비롯해 워싱턴, 뉴욕,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애틀랜타 등 주요 도시에서는 경찰이나 주방위군의 대비 태세가 강화됐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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