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왼쪽) 프랑스 대통령과 보리슨 존슨 영국 총리가 12일(현지시각) 주요 7개국 정상회의가 열리는 영국 콘웰에서 양자회담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관련 합의 이행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콘웰/AFP 연합뉴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영국을 국제 무대에서 강하고 독립적인 세력(글로벌 영국)으로 부각시키려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구상이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협정 준수 논란으로 빛이 바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2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이 영국 콘웰에서 열리고 있는 7개국 정상회의 기간 중 존슨 총리와 만나, 북아일랜드 관련 합의 이행을 강하게 요구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주요 7개국 의제와 무관한 이 사안을 둘러싼 논란이 회의 기간 동안 이례적으로 표면화했다고 지적했다.
북아일랜드 합의는, 올해 초 마무리된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에도 (영국에 속하는) 북아일랜드는 유럽연합 단일 시장에 남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또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사이에는 1998년 평화협정의 취지에 따라 국경을 두지 않는다는 내용도 담겼다.
두 가지 원칙에 따라, 양쪽은 영국 본섬에서 북아일랜드로 가는 상품에 대해 통관과 검역 절차를 신설하기로 했다. 통관 절차는 지난 3월말, 식품 검역 등 일부 절차는 이달말 유예 기간이 끝나는 게 합의된 일정이다. 특히, 유럽연합의 식품 안전 규정은 회원국이 아닌 나라의 냉장 육류 반입을 금지하고 있어, 다음달부터 영국산 소시지 등은 북아일랜드에 공급될 수 없다. 이 때문에 두쪽의 갈등은 ‘소시지 전쟁’으로 불리기도 한다.
올해 초 통관 절차가 시작되면서 갖가지 차질이 빚어지자, 영국 정부는 지난 3월 유예기간을 10월까지 연장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해 유럽연합의 반발을 사왔다. 양쪽의 갈등은 최근까지도 해소되지 않았고, 이번 정상회의 기간 중에도 그대로 노출했다. 유럽연합 쪽이 국제법 위반이라며 영국을 압박하자, 존슨 총리는 12일 “합의가 계속 이런 식으로 적용된다면, (합의된 절차를 일방적으로 중단할 수 있도록 규정한) 합의 16조를 발동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이 16조를 발동할 경우, 유럽연합은 즉각 보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서 북아일랜드 관련 갈등이 부각되자 영국 내에서 존슨 총리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미국 워싱턴 주재 대사 등을 지낸 나이젤 샤인월드는 “이번 주의 교훈은 선의를 의심받는다면 세계에서 진정으로 존경받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글로벌 영국’으로 거듭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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