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조 남자 개인 종합에서 금메달을 딴 하시모토 다이키 선수를 비방하는 SNS 갈무리
일본에서도 올림픽 메달을 딴 선수들을 상대로 무차별적인 비방, ‘악플’ 문제가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일본올림픽위원회(JOC)는 악질적인 게시물의 경우 경찰에 신고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아사히신문>은 “도를 넘는 비방으로 선수들이 피폐해져, 그만둬 달라고 호소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2일 보도했다. 체조 남자 개인 종합에서 금메달을 딴 하시모토 다이키(19) 선수는 경기 다음날인 지난달 29일 자신의 트위터에 복잡한 심경을 담은 긴 글을 올렸다. 그는 “에스엔에스에 비방하는 메시지가 있다”며 “의혹을 남긴 연기를 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체조는 심판들의 객관적인 채점으로 평가된다”며 “다른 사람을 비방하는 행위가 줄어들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하시모토 선수는 도마에서 착지 때 균형을 잃었는데도 높은 점수를 받아 개인종합(6개 종목) 금메달을 땄다며 온라인에서 조롱과 비난이 이어졌다. “일본의 수치”, “메달을 빼앗겼다” 등의 글부터 원자폭탄 투하 사진까지 올라왔다. 중국 네티즌들의 비방이 도를 지나치자, 하시모토에 밀려 은메달을 딴 샤오뤄텅 중국 선수는 자신의 에스엔에스에 “선수를 공격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탁구 혼합복식에서 금메달을 딴 일본의 미즈타니 준 선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죽어라”, “인간을 그만둬” 등 비방 글을 갈무리 한 사진을 올리며 “관계 기간에 연락을 하고 합당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트위터 갈무리
탁구 혼합복식에서 금메달을 딴 일본의 미즈타니 준(32) 선수도 지난달 31일 자신의 트위터에 “죽어라”, “꺼져”, “인간 그만둬” 등 비방 글을 갈무리 한 사진을 올리며 “관계 기관에 연락을 하고 합당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이것을 방치하면 결국 다음 사람으로 옮겨지게 된다”며 “제대로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본올림픽위원회는 “이런 비방은 선수들에게 심각한 정신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며 내용을 수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악질적인 게시물에 대해서는 경찰에 신고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후쿠이 쓰요시 일본 선수단장은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이 쌓아온 노력을 모욕하는 행위는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아사히신문>은 선수들의 비방 사례 중 하나로 한국의 여자 양궁에서 3관왕을 차지한 안산 선수를 꼽았다. 이 신문은 “한국에서 젊은 남성을 중심으로 여성의 짧은 머리를 페미니즘의 상징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며 “욕설을 퍼붓는 내용 중에는 메달 반환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국의 배우 등이 자신의 짧은 머리 모습을 담은 사진을 올리는 등 안산 선수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냈다고 소개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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