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 유도미사일 구축함 유에스에스 벙커힐이 ‘항행의 자유’ 작전 일환으로 지난해 4월 말레이시아 공군 전투기와 함께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남중국해 해상에서 합동훈련을 벌이고 있다. 미 해군 제공
미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인도 등 4개국이 쿼드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해양감시 협력 시스템’이 사실상 동·남중국해 등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중국의 해상 활동을 겨냥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쿼드는 지난 24일 정상회의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지역 파트너와 함께 재해에 대응하고 불법 조업과 싸우기 위해 설계된 ‘해상 상황 인지를 위한 인도·태평양 파트너십’(IPMDA)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 파트너십은 “우리 바다의 안정과 번영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며 “인도·태평양 국가와 인도양, 동남아시아, 태평양 섬나라의 지역정보융합센터를 지원·협의하면서 대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쿼드가 합의한 파트너십의 핵심은 싱가포르(남중국해), 인도(인도양), 바누아투·솔로몬제도(남태평양)에 있는 기존 네트워크를 연결해 이 지역에 실시간으로 해상을 감시하는 위성기반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실시간으로 해상 정보를 제공하는 각국의 상업용 위성기반 추적 서비스와 협력하기 위해 ‘쿼드’가 자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선박의 송수신 장치를 끈 채로 감시를 피해 불법으로 조업하는 어선도 추적이 가능하다. 인도·태평양 지역 등에서 이뤄지는 불법 조업의 95%가 중국 어선으로 알려져 있어 이는 사실상 중국을 겨누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불법 어선 등 관련 정보를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가 공유할 예정”이라며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유권을 다투는 베트남과 필리핀 등과도 협력하는 것을 예정해 두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시스템이 불법 조업 감시를 넘어 앞으로 동·남중국해 등에서 확대되는 중국 해군의 활동을 감시하게 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쿼드 정상들은 공동성명에서 “동·남중국해를 포함한 규칙에 근거한 해양 질서”를 언급하며 “분쟁지역의 군사화, 해안경비함·해상민병대의 위험한 활동 등 현 상황을 변경시키는 행동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선언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번 (해양 감시)파트너십은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불법 어업뿐만 아니라 중국의 해상민병대 등을 상대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됐다”고 전했다. 해상민병대는 어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해양경비대와 해군에 활용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이 신문에 “(시스템이 구축되면) 이 지역 국가의 해안과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중국은 동·남중국해 일대에서 일본·베트남·말레이시아·필리핀 등과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다. 또 대만해협은 미-중 전략 경쟁의 최전선으로 부상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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