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 거리에서 행인들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방문을 환영하는 광고판 앞을 지나고 있다.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펠로시 의장은 중국의 강력 반발에도 이날 밤 대만 땅을 밟았다. 타이페이/AP 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맞서 중국이 4일부터 예고한 ‘대만 포위’ 군사훈련에 대해 일본 정부가 우려를 표하며 경계감을 드러냈다. 일본은 ‘대만 유사사태’가 발생할 경우 일본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빠르게 군비 증강 작업을 진행 중이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3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4일부터 대만 주변 해역 6곳에서 군사훈련을 예고한 것과 관련해 “중국이 발표한 일련의 군사활동에 대해 일본은 우려한다. 연습지역에는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EEZ)도 포함되어 있다. 실탄사격훈련이 이뤄진다는 내용을 고려해 중국에 우려를 표했다”고 밝혔다. 이어 훈련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우발적 사태에 대한 대비 상황을 묻는 질문에는 “방위성과 자위대는 평소부터 일본 주변 해역과 공역에서 경계·감시·정보수집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일본의 안전보장은 물론 국제사회의 안정에 있어서도 중요하다. 양안을 둘러싼 문제가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기대한다는 것이 일본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방문을 지지하느냐에 대한 물음에는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해 언급할 입장이 아니다”라는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대만과 일본의 최서단 영토인 요나구니섬의 거리는 110㎞에 불과해 대만과 중국 사이에 무력충돌이 발생하면, 일본에 불똥이 튈 수밖에 없다. 중국군이 오키나와에 주둔 중인 미국의 개입을 막으려 선제 타격을 가할 수 있고, 미국의 요청에 따라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다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일본은 이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국가안전보장전략을 개정하고, 방위비(국방예산)를 대폭 증액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대만 사태를 어느 정도 ‘강 건너 불’처럼 생각하는 한국과는 사정이 다르다.
3일 오후 대만 일정을 마친 펠로시 의장은 이후 한국과 일본을 찾는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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