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달 21일(현지시각) 뉴욕 맨해튼 유엔총회장 인근의 콘퍼런스빌딩에서 낮 12시23분부터 약 30분 동안 대화를 나눴다.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향후 국정 운영 방침을 밝히는 국회 소신표명 연설에서 한국을 “다양한 과제를 대응하는 데 있어 협력해야 할 중요한 이웃”이라 부르며 “긴밀히 소통해 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본도 ‘한국과 관계 개선을 희망한다’는 의지를 드러낸 말이지만, 현안 문제에 대한 해법 마련이 쉽지 않아 본격적인 관계 개선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3일 오후 개원한 임시국회 소신표명 연설에서 한국에 대해 이같이 언급하며 “국교정상화 이후 쌓아 올린 우호협력 관계의 기반에 기초해 일-한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고 더 한층 발전시켜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문재인 정부 말기인 지난 1월 시정방침 연설에선 한국에 대해 “중요한 이웃인 한국에 우리나라(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근거해 계속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짧은 언급에 그친 바 있다. 당시와 비교해 볼 때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표현이 들어갔고, 한국을 몰아치는 듯한 ‘일관된 입장’,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하겠다’는 표현이 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일본 총리가 국회에서 발표하는 시정방침연설(연초 정기국회)과 소신표명연설(가을 임시국회)은 향후 국정 운영의 큰 방향이 제시된다는 점에서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과 관련해 아베 신조 전 총리는 2014년까지는 한국을 “기본적인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나라”라고 표현했지만, 일본군 ‘위안부’ 문제로 갈등이 심화된 뒤인 2015년엔 ‘기본적 가치’를 제외한 채 “가장 중요한 이웃나라”라고만 표현했다. 이후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이 이어지자 2016·2017년엔 한-일 군사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중요한 이웃나라”라는 표현을 써왔다. 양국 관계가 최악으로 망가졌던 2019년엔 아예 언급을 생략했었다.
기시다 총리가 한국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중국과 북한의 안보 위협에 대응하려면 양국 간 협력이 불가결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역시 일본의 우려에 공감하며, 한-미-일 군사협력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또 지난달 21일엔 ‘굴욕외교’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30분 간 약식회담도 진행했다.
하지만, 일본이 당장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해 ‘성의 있는 호응’에 나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기시다 총리가 이날도 ‘국교 정상화를 기반’으로 해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겠다며 양국 간 배·보상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모두 해결됐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여론의 반감을 샀던 아베 전 총리의 국장이 끝났는데도 지지율이 소폭 하락한 것도 ‘타협’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3일 나온 <요미우리신문>과 <아사히신문>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내각 지지율이 한달 전보다 각각 5%포인트와 1%포인트 하락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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