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쉬안유 전 주일 중국대사. <한겨레> 자료사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월 말 귀국한 쿵쉬안유(64) 전 주일 중국대사가 이임 인사를 하겠다는 것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역대 대사 대부분이 임기를 끝내면서 총리 접견을 하는 만큼, 매우 이례적인 대응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교도통신>은 25일 복수의 중-일 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쪽은 1월께 쿵 대사의 이임 시 기시다 총리와 접견 희망을 타진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일정상 사정’을 이유로 거절했다”며 “기시다 정부의 대응은 이례적”이라고 보도했다. 통신은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이 대신 만났지만, 외무성은 공개를 보류했다”고 덧붙였다. 쿵 대사는 4년 만에 중국으로 돌아갔다.
2001년 이후 주일 중국대사를 지낸 5명 중 총리를 만나지 못하고 이임한 사람은 2007년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뿐이다. 당시는 1차 집권에 나섰던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지병인 대장염이 악화돼 1년 만에 갑자기 사의를 표명하는 시기와 겹쳤다.
이번에 기시다 총리가 중국대사를 그냥 보낸 것은 미-중 전략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껄끄러워진 중-일 관계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신은 중-일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국의 위협과 중국 무인 정찰기구(풍선)의 일본 상공 비행 등으로 일본 여론이 악화된 것이 영향을 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러시아 방문 중에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기시다 총리를 견제하고, 후쿠시마 원전의 처리수(오염수) (바다) 방류에도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며 “기시다 정부는 일본 여론이나 우크라이나 정세를 살피면서 중국에 대응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쿵 대사의 후임으로 부임한 이는 지일파로 분류되는 우장하오(60)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다. 그는 21일 일본에 입국했다. 우 신임 대사는 1993~1998년, 2002~2008년 두 차례에 걸쳐 주일 중국대사관에서 근무한 ‘일본통’으로 알려져 있다. 주스리랑카 대사와 외교부 아시아 국장을 거쳐 2020년부터는 외교부 부장조리로 일해왔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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