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스미다구 요코아미초공원에서 2015년 9월1일 오후 열린 ‘간토대지진 92주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 재일동포들과 일본 시민들이 조선인 희생자 추모비에 헌화하고 있다. 요코아미초공원은 간토대지진이 일어난 1923년 9월1일 시민 3만8000여명이 주변에서 발생한 거대한 화재에 휩쓸려 희생당한 비극의 장소다. 한겨레 자료사진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1일 참석한 ‘간토대진재 조선인 학살 100년 도쿄동포추도모임’이 열린 곳은 일본 도쿄 스미다구에 자리한 요코아미초 공원이다. 이곳은 100년 전 발생한 간토대지진에서 가장 끔찍한 참사가 일어난 현장이기 때문에 일본 시민들과 총련 등 동포 단체들이 반세기 동안 이곳에서 꾸준히 추모 집회를 열어왔다.
일본 엔에이치케이(NHK)는 3일 밤 9시 100년 전 발생한 거대 재해였던 간토대지진의 참상을 재현하는 특별 프로그램 ‘영상기록 간토대진재 제국의 수도 괴멸 3일간’(후편)을 방송했다. 이날 방송이 가장 긴 시간을 들여 소개한 것이 지진 당일인 1923년 9월1일 오후 발생한 도쿄 옛 육군 피복창 터(현 요코아미초 공원)의 참사였다.
지진이 발생하자 일본 시민들은 도쿄를 엄습한 화재를 피해 가재도구를 메고 우에노 공원, 일왕이 거주하는 왕궁(황거) 앞, 이곳 육군 피복창 등 너른 터로 피난에 나섰다. 도쿄를 동서로 나누는 스미다강 인근에 자리한 피복창 터에 몰려든 이들은 무려 4만명에 이르렀다. 당시 맹렬하게 불었던 강풍의 영향으로 주변 지역을 휩쓴 불씨가 피복창 터로 피난한 주민들의 가재도구에 옮겨붙기 시작했다. 그러자 화염이 강풍을 타고 하늘 위로 치솟는 ‘화재선풍’(큰 화재로 인해 불기둥이 솟아오르는 현상)이 발생했다.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된 4만명 가운데 무려 3만8천명이 그 자리에서 타 죽었다. 일본 화가 도쿠나가 히토오미(1871~1936)는 온 세상을 가득 채울 듯 활활 타오르는 화재선풍이 사람들을 잔인하게 집어삼키는 그림을 남겼다.
간토대지진을 상징하는 워낙 큰 참사였던 탓에 1930년 이 자리에 당시 희생자들의 유골을 모시는 납골당인 도쿄도위령당(첫 이름은 진재기념당, 유골 약 5만8천위 보관)이 만들어졌다. 또 매년 이곳에서 지진 발생 시간인 오전 11시58분에 맞춰 도쿄도의 공식적인 위령 행사가 열린다. 총련과 일본 시민이 진행하는 조선인 희생자들을 위한 위령식도 1974년부터 이곳에서 열리고 있다.
참사 100주년을 맞아 총련 등이 주최한 올해 행사엔 500여명이 참석했다. 집회 뒤엔 조선인 추모제를 방해하기 위해 몰려든 일본 우익단체 ‘소요카제’의 반대 집회도 열렸다. 일본 시민들이 조선인 추모비로 몰려드는 일본 우익단체 회원들과 몸싸움을 벌여가며 이들을 공원 밖으로 몰아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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