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패소 떠나 아소 가문 책임 물어야”
“아소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아소 외상과 그 가문의 잘못을 고발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어요. 하지만 재판에서 이기긴 어려울 겁니다.”
일제때 아소 탄광에 강제동원됐던 강성향(85)씨가 생존하고 있는 사실이 최근 밝혀진 것과 때맞춰 25일 4개월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일본의 아다치 슈이치 변호사(48)는 아소 기업을 둘러싼 소송의 의미와 한계를 정확히 가늠하고 있었다. 아소 일본 외상 가문이 일제시대 경영했던 아소 탄광은 조선인 7000여명이 강제 동원된 곳으로, 아소 시멘트사 등으로 번창한 아소 집안의 뿌리다. 아다치 변호사는 지난 15년간 일본 정부에 맞서 조선인 원폭 피해자나 강제 징집 피해자 권리를 되찾는 일선에서 어김없이 마주치는 인물이다.
그는 “강제 징집자와 관련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일본 법정에서 승리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며 “승소 여부를 잘못을 들추고 책임을 추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현재 한인 피폭자 편에서 진행중인 소송만도 두 건이다.
아다치는 “아소 외상이 아소 탄광과 관련해 지금까지 전혀 사과한 적이 없다”며 “당연히 사과부터 먼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다치는 16일 한국 정부가 입법예고한 강제징용자 지원 방안(‘일제강점하 국외강제동원희생자 지원법안’)에 대해 한국 정부의 지원이 일본 정부의 면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못박았다.
그는 특히 강제징용 피해사망자 유족에게 2천만원을 지급하는 등 사망자 중심 지원 방안에 대해 “독일은 아예 생존자만 대상으로 한 지원 법률이 따로 있다”며 “생존자와 사망자를 함께 적정선에서 보상해주는 방향이 옳다”고 말했다.
아다치는 지난해 1월 “원폭 피해자에 대한 차별 정책에 공무원 과실이 인정되고, 이에 따라 국가차원의 배상도 있어야 한다”는 ‘히로시마 미쓰비시 재판’을 이끈 변호사로도 유명하다. 대개 원폭 피해자 소송이 승소하더라도 ‘화해’선에서 머물렀던 지난날 판결들과 견주면, 고등법원에서 국가 배상까지 인정한 판결은 획기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 소송이 일본 정부의 상고로 최고재판소(대법원 격)에 올라간지 1년 넘도록 최종 판결은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미쓰비시 중공업에 강제징용됐던 원고 46명 가운데 생존자는 20명에 불과하다.
아다치 변호사는 “승소 전례가 없어 최고재판소가 지나치게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 같다”며 “한국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사진·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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